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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새로운 길 열리나… FDA “개인 맞춤 암 백신” 언급

입력 2024.04.16 18:00
  • 최재아·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암은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이고 두려운 질병 중 하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2022년에만 약 97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매년 약 25만 명의 새로운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암 유병자는 약 24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세계 의학계의 암 정복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암 완치율이나 생존율이 크게 늘어났으나, 암은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질병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최근 '개인 맞춤형 암 백신'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선제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새로운 암 치료 방법의 가능성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암 치료 백신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암 치료 백신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FDA, 암 백신 개발 위한 선제적 제도 검토 나서

지난 4월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백신총회(WVC)’에서 암 백신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피터 마크스(Peter Marks) 생물의약품평가센터(CBER) 소장은 현재 활발하게 임상 실험 중인 “개인 맞춤형 암 백신 치료의 빠른 개발 및 출시를 위해 선제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검토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FDA가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 백신은 암세포 항원을 투여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방식의 암 치료제로, 일반 백신처럼 면역세포를 학습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법이다. 암 치료를 위해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항암제들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하여 여러 부작용을 발생시키는데, 암백신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만을 스스로 공격하게 만들어 이런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 가장 빠르게 개발이 진행 중인 모더나의 암 백신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 암세포의 표면 단백질을 면역세포가 공격하도록 하는 치료용 백신이다. 기존의 공통적인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던 표적치료제와는 개발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KDI 경제정보센터 강양구 큐레이터는 모더나 사에서 개발 중인 암 백신에 대해 “암세포에는 정상세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좀비’ 단백질이 있는데,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이 좀비 단백질을 골칫거리로 인식해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치료용 백신이 면역을 유도하는 데 성공한다면 같은 암의 재발을 막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 등 국내 기업도 암 치료 백신 연구 성과 보여

국내 제약회사들의 암 치료 백신 연구도 활발하다. 지난 4월 5~10일에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4)에서는 한미약품, 애스톤사이언스 등 국내 기업의 암 치료 백신 연구결과가 다량 발표됐다.

특히 한미약품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10건의 연구결과를 공개했는데,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에 기반해 돌연변이 암을 표적하는 ‘p53-mRNA’와 다양한 KRAS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KRAS mRNA 항암 백신’의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주목을 받았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은 바이러스 정보를 가지고 있는 핵산이라고 보면 되는데, mRNA 기술로 제작된 백신을 몸에 투입하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만 주입되기 때문에 감염의 우려 없이 면역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 때도 이 기술이 사용되었다.

애스톤사이언스에서는 암 치료백신 ‘AST-021p’의 임상 1상 결과를 포함해 총 6건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AST-021p는 면역반응을 유도해 재발성 또는 진행성 고형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애스톤사이언스 관계자는 "더 이상 투약 가능한 표준 치료제가 없는 환자 중 특정 암 종 환자에게서 장기 생존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밝히며 암 치료 백신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속속 등장하는 암 치료 ‘게임체인저’… 암 정복하는 날이 올까

암 백신을 포함해 암 치료 방법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작년 세브란스 연세암병원이 도입한 ‘중입자치료’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이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를 통해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임상을 개시하기도 했다.


① 중입자치료

기존의 방사선치료는 여러 방향에서 100여 개에 달하는 방사선을 쏘는 방식이다. 따라서 암세포에 방사선이 도달하기 전 정상 세포를 손상시키고, 암세포의 살상 효과가 떨어진다. 구토, 설사, 두통 등의 부작용도 수반된다.

그런데 ‘중입자치료’는 인체의 정상 조직을 통과하고 암세포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에너지가 최대한 방출된 뒤 사라지는 방식으로 정상 세포의 손상 없이 암세포를 타격할 수 있다. 에너지의 방출이 날카롭고 강력해서 암세포 사멸 효과가 일반 방사선치료의 2~3배가량 좋으며 재발 가능성이 적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일반 방사선치료의 절반 수준이고 치료시간이 1회당 2분 내외로 매우 짧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는 매년 많은 암 환자들이 중입자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과 독일 등으로 원정치료를 나섰다. 하지만 연세의료원이 국내 최초로, 세계에서는 16번째로 중입자 시설을 설치하면서 국내에서도 중입자치료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4월 첫 가동된 치료 기기는 고정형으로서 전립선암만 대상으로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올 1월 회전형(갠트리) 치료 기기 2기가 추가 가동되며 치료 대상이 간암, 폐암, 췌장암 등까지 확대됐다.


②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란 중성자와 붕소를 이용해 회당 30분~1시간의 치료를 1~2회 실시하는 것만으로 암세포를 사멸할 수 있는 입자 치료다. 붕소(10B)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암 조직 부근 근육에 주입하고 저용량의 열중성자를 쪼이면 붕소에서 고에너지 입자가 나와 암조직을 파괴한다. 치료 과정에서 정상 세포에는 거의 손상을 주지 않으며, 방사선치료 후 재발한 암에도 실시할 수 있다.

구강, 비강, 편도, 인두, 후두 및 침샘 등에서 발병하는 모든 악성 종양을 의미하는 두경부암은 치명적인 기관과 인접해 방사선치료 시 제약이 많고 현재까지 개발된 약물로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BNCT는 △두경부암을 포함해 △악성 뇌종양 △악성 흑색종 △침윤성 암 △다발성 암과 같이 기존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암 종에도 적용 가능하다. 세포 단위의 치료가 이뤄지므로 다른 장비에서 잘 보이지 않는 미세침습의 경계 부위나 작은 병변에 대해서도 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2019년 유럽 종양학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일본 스미토모 중공업이 BNCT를 이용해 수술이 불가능한 재발성 두경부암 환자를 1회 치료한 결과 전체 생존율 94.7%의 치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에는 다원메닥스에서 절제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두경부암에 대해 임상 치료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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