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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발랄' 봄, 나는 왜 우울할까?

입력 2024.05.02 17:00
  • 최재아·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봄철은 자살률이 증가하는 '자살 고위험 시기'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 3년간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21년 3월, 2022년은 4월, 그리고 지난해에는 5월이었다. 이처럼 봄철에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부른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봄철에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봄철에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달라진 밤낮 길이, 우울 불러…조울증 환자 특히 취약

스프링 피크는 봄철에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계절성 우울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햇볕을 꼽는다. 햇볕은 건강한 에너지를 충전시켜 정신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지만, 일조량과 기온의 급격한 변화는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감정 기복과 충동성을 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양극성 장애 특성이 있다면 이런 급격한 변화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양극성 장애는 흔히 조울증이라고 불리는 질환으로, 조증과 우울증의 두 가지 상태가 합쳐진 질환이다. 조울증 환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환경과 호르몬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일조량이 늘어나 생체리듬 주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만, 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된다. 또한 봄철 일조량이 늘어나면 행복, 기쁨 등의 감정을 관장하는 세로토닌(Serotonin) 분비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봄철에는 겨울철과 비교하여 에너지가 차고 긍정적인 생각이 드는데, 조울증 환자의 경우에는 에너지가 지나치게 과도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조울증 환자는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원인 다양한 스프링 피크…탁한 공기도 원인

스프링 피크 현상의 원인은 햇볕 외에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봄이 불러오는 생기와 활력에서 오는 부담감과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입학∙진학∙부서 이동과 같이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와 새로운 환경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 꽃가루 등에 많이 노출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는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꽃가루에 노출될 시에는 염증 반응이 활성화돼 뇌에서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물질이 대량 분비되는데, 이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은 세로토닌을 억제하면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계절의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계절의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절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에 △집중력 저하 △자기 비하 △자살 사고 △무기력감 △불면증 △식욕저하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 변화에 따라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면,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특히 밤에는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수면 사이클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하루 일과 속에 운동, 찬물 샤워, 햇빛 보기 등 신체에 약간의 자극을 주는 활동을 포함하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는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꽃가루가 많이 퍼지는 시기에는 자살률이 높으므로, 신체 건강과 면역 강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아울러 봄을 맞이하며 받는 스트레스와 실망감을 줄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울감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자살 경고 징후나 '봄 앓이'를 잘 돌볼 것을 권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는 이때 조울증 환자를 비롯한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자살 예방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울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병원에 방문해 상담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윤석 원장(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계절성 우울증에 약물 치료와 더불어 광치료도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30분~1시간가량 광치료를 하면 계절성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이 필요한 경우 109(자살 예방 상담전화) 혹은 1577-0199(정신건강 상담전화)를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윤석 원장 (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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