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는 과체중, 당뇨병, 고지혈 증 등의 신체 질환이 잘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의외의 강력한 위험인자다. 실제로 월급 적고 스트레스가 많은 남자는 심장질환 위험이 2배 높다는 연구, 재정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노년층은 심장마비로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 등. 스트레스가 심혈관질환과 연관되어 있다고 밝히는 연구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스트레스는 심장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악영향을 감소시키려면 우리는 일상 속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스트레스의 위험성과 그 위험을 낮추는 방법을 심장내과 문정근 교수(가천대 길병원)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Q. 스트레스는 건강의 적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가 심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요.
스트레스는 혈압을 올리는 중요한 인자 중 하나로, 심장에 굉장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대해 이해해야 하는데요. ‘자율’이란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으로, 자율신경계는 이름 그대로 우리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신경계를 의미합니다.
자율신경계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교감신경계, 다른 하나는 부교감신경계인데요. 이 중 교감신경계는 혈압을 올리는 쪽으로, 부교감 신경계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이 두 신경이 서로 균형을 유지해야 우리 몸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요. 스트레스는 이 균형을 깨뜨립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혈압과 맥박이 상승하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죠.
고혈압의 경우 교감신경계에 의해 유발되므로, 이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좋은데요. 스트레스는 반대로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스트레스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Q. 고혈압 환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들은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자율신경계는 소화, 맥박, 혈압 등 우리 몸의 생명 활동을 알아서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우리가 이러한 자율신경계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호흡’인데요. 우리가 숨을 들이쉬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요. 반대로 숨을 내쉬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됩니다. 실제로 눈을 감고 호흡을 해보면 숨을 들이쉴 때 맥박이 빨라지고, 반대로 숨을 천천히 내쉬면 잠깐이지만 맥박이 느려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는데요. 우리가 이러한 몸의 변화를 이해하고, 호흡법을 잘 사용하면 자율신경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Q.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는 호흡법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합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교감신경계의 활성을 떨어뜨렸을 때 혈압 조절이 잘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일상 속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은데요.
이 부교감신경계는 '478 호흡법'을 통해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호흡법인데요. 4초 동안 천천히 들이쉬고, 7초 동안 숨을 참았다가, 8초 동안 천천히 내쉬는 방법입니다. 교감신경계를 짧게 활성화시키고, 부교감신경계는 길게 활성화시키는 것이죠.
실제로 478 호흡법은 불면증에 좋은 방법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흥분 상태가 가라앉고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야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즉, 478 호흡법은 의학적으로 부교감신경의 활성을 증가시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Q. 스트레스에 유독 민감하신 분들도 있는데요. 성격에 따라 스트레스의 영향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정신적 스트레스에 민감한 성격을 'A형 성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혈액형의 'A'가 아닌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인데요. 운전을 할 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신호등에 다 같이 대기를 하다가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차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렇게 가장 먼저 출발하는 분들 중에는 성공에 집착을 하고 남보다 뒤처지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일컬어 'A형 성격'이라고 하는데요. A형 성격을 가진 분들 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많습니다.
또 A형 성격을 가진 분들은 교감신경계의 활성도가 높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고혈압이 더 많이 발생하고요. 장기적으로는 심근경색, 심부전, 뇌경색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과 합병증도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앞서 한 운전 이야기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고혈압에 굉장히 좋지 않고, 심장 건강에도 나쁘다고 알려진 것이 자동차 매연인데요. A형 성격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은 가지고 있는 운전 습관 중 하나가 앞차를 바짝 쫓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매연이 많이 나오는 차, 특히 디젤차나 건설 기계 같은 차를 뒤에서 바짝 쫓아가는 습관을 가진 분들은 매연에 많이 노출되어 심근경색, 심장 합병증, 뇌경색과 같은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비단 스트레스뿐 아니라 A형 성격을 가진 분들은 생활습관에 의해서도 건강을 망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트레스, 성격도 심장질환에 영향을 주는 위험요인 중 하나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 염증도 생깁니다. 이 염증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고혈압을 비롯하여 심근경색, 심부전증, 동맥경화증, 죽상경화증 등 우리 몸에 생기는 심각한 질환들은 대부분 ‘염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염증이 증가하면 그 자체가 심장 건강에 굉장히 나쁜데요. 실제로, 환자분들을 연구했을 때 염증 수치가 높은 환자들에서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많이 발생한다는 데이터들이 있습니다.
Q. 그럼 염증을 낮출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염증을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많지는 않습니다. 약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염증이 없는 분들에게 약물치료를 하는 것은 조금 과하죠.
다만 근본적으로, 우리 몸의 생리를 이해한다면 염증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염증이 발생한다는 것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인데요. 염증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그리고 건강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면 우리 몸은 쉬는 모드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염증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염증 반응이 낮아지죠.
예를 들어서 좋아하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에너지를 소모해 버리면, 그 이후에는 우리 몸이 아주 기분 좋은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때 당연하게도 염증 수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운동이 심장 건강에, 그리고 고혈압에 좋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Q. 운동하는 것이 스트레스인 분들도 있는데요. 이런 분들도 운동을 하는 게 좋을까요?
당뇨나 만성 질환을 조절하기 위해서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서 운동하거나 추운 겨울에 아침 운동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처럼 스트레스가 오히려 증가되는 운동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데이터가 굉장히 많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중용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운동을 기분 좋은 정도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기획 = 김소현 건강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문정근 교수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