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의학기자 김우중 원장ㅣ출처: 하이닥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어 봅시다. 우리 몸의 작은 세포 하나하나 모두 산소를 필요로 하며 살아갑니다. 만약 우리 몸 어딘가에 산소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매일 숨을 쉴 때마다 들이마시는 산소는 ‘당뇨발’ 치료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분들에게 흔한 합병증 중 하나가 바로 당뇨발인데요. 당뇨병으로 인해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으면 신경이 둔화되고 세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발에 상처가 생겨도 잘 느끼지 못하고 치유력과 세균 저항력이 떨어져 가벼운 상처도 궤양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쉬운 것입니다.
고압산소치료의 원리는?
고압산소치료|출처: 원더풀의원
당뇨발을 치료하는 ‘고압산소치료’는 실제 잠수부들이 쓰는 압력 탱크와 유사한 챔버 속에서 진행됩니다. 이 챔버 안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숨 쉬는 공기보다 2~3배나 농축된 산소를 들이마시게 됩니다.
고압산소챔버는 '헨리의 법칙'이라는 물리학 원리를 바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액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할수록 그 액체에 용해되는 기체의 양도 늘어납니다. 고압산소치료의 핵심 메커니즘이 바로 이 원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챔버 안에서 일반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혈액 내 산소포화도를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압산소챔버 속에서 진한 산소를 마시면, 인체 내 산소량이 대기압 상태의 125배 수준으로 늘어납니다. 우리 혈액 속 혈장과 체액의 산소량이 증가하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산소를 품게 되죠. 이렇게 풍부해진 산소가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다 보면, 당뇨발처럼 산소가 제대로 가지 못하는 곳까지 산소가 들어가게 됩니다. 산소가 다시 정상적으로 공급되면서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생존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원래 고압산소치료는 가스 중독이나 잠수부들의 잠수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던 치료입니다. 그런데 이 치료의 효과가 발견된 후에는, 당뇨발뿐만 아니라 화상, 상처 치료, 심지어 뇌 손상이나 청력 문제를 치료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고압산소치료 받기 전, 확인해 볼 사항은?
고압산소치료는 다리 절단과 같은 심각한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치료인 만큼, 당뇨발 관리에 있어 중요한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고압산소치료 전에는 반드시 기압, 산소 농도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몸 전체가 들어가는 챔버를 통해 최소 2기압, 100%에 가까운 고농도 산소를 공급해야지만 의학적으로 올바른 고압산소치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5기압 수준의 산소캡슐 혹은 상처가 난 발만 부분적으로 넣는 토피칼 챔버(Topical Chamber)를 고압산소치료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치료 효과가 미비하기에 진정한 의미의 고압산소치료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2019년을 기점으로 당뇨병성 족부궤양이 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되면서, 환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당뇨발, 당뇨병성 족부궤양 환자라면 기존 치료법과 함께 고압산소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훨씬 유익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모세혈관 수준의 말초혈관이 문제가 되는 경우라면 더욱 도움이 되며, 혈관확장 시술이나 수술을 같이 하는 경우 말단 부위의 괴사 부위를 축소시키고 회복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우중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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