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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왜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완치’가 아니라 ‘관리’일까? ②

입력 2014.10.01 00:00
  • 이상욱·인천참사랑병원 전문의

우리 몸은 자율 신경계가 지배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나의 의지로 관리가 되는 부분도 있다. 자율신경계는 마치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뛰고 있고, 숨을 수고 있으며, 콩팥에서 소변을 걸러주는 것과 같이 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들이 나도 모르게 스스로 잘 조절하고 지내는 것들이다.

반대로 우리가 헬스장에 가서 아령을 들고, 기구를 사용하면 이두근이나 삼두근을 키워서 팔을 두껍게 보이게 할 수 있으며 짱짱한 몸짱이 되어 몸매를 자랑하며 지낼 수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일정부분 나의 노력과 관리를 통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들이다.

◆ 혈압, 관리를 잘 하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약 먹기를 고민하는 중년 여성약 먹기를 고민하는 중년 여성

혈압은 그 중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스스로 조절되는 그런 부분이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고혈압이 생기지 않도록 음식을 조절해야 하고 체중이 늘지 않도록 늘 신경 써야 하며, 혈압이 생길까 술, 담배를 하지 않고 평생 운동을 통해 관리를 해야 한다면 이 삶이 얼마나 고달프겠는가?

그러나 아무도 음식을 마음껏 먹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그로 인해 혈압이 올라갈까 염려하고 있지 않다. 즉 나의 의지와 노력이 없이도 내 몸은 나 스스로 적절한 혈압이 유지되도록 조절해주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많은 초기 고혈압 환자들이 마치 내가 스스로 관리를 잘 못해서 고혈압이 생겼다고 착각한다. 내가 그 동안은 조절을 잘해서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관리를 잘 못해서 고혈압이 생겼다고 착각을 하게 되고 결국 내가 관리를 잘 하면 다시 혈압이 정상으로 관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상혈압을 벗어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미 그 단계를 지나간 사람들이 많다. 우리 몸은 스스로 조절을 하다가 안 될 때, 혈압을 올리는 것으로 신호를 보내 준다. 내가 스스로 하는 관리과 상관없이 내 몸의 자율성이 조절을 못할 때 생기는 것이 고혈압이므로 내가 조절한다고 고혈압이 정상으로 내려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초기에 체중을 줄이고 식사량을 조절하고, 술 담배를 끊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굳이 약을 먹지 않아도 조절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번 솔직하게 얘기해보자. 과연 언제까지 그렇게 조절 할 수 있겠는가? 30년? 10년? 1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진작에 가능했을 것이다.

◆ 합병증 일으키기 전 약 복용과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는 중년 부부행복한 미소를 지으는 중년 부부

필자의 생각에는 채 6개월도 제대로 꾸준히 하기 힘들다. 사회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은 다 알 것이다. 과연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그리고 체중감소가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 필자는 환자들에게 “그냥 편하게 약 드시고, 지금보다 조금만 노력하세요.” 라고 얘기 한다. 어차피 많이 바뀌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한 가지만 바꿀 정도의 노력을 하면 나머지는 약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고혈압의 특성상 대부분 유전적인 요인이나,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신촌의 세브란스 병원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병원인 제중원이 문을 연지 이제 겨우 130년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가족력에 대한 조사가 이러진 것도 그리 시간이 길지 않다.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잘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이 있는 질환이 고혈압이므로 내가 고혈압이 있어서 약을 먹어야 된다는 얘기를 한번이라도 들었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된 관리나 습관 등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내 안의 조절 능력이 합병증을 일으키기 전에 교정을 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혈압을 낮출 수 있도록 약 복용을 포함해서 생활 습관을 조금씩 바꾸도록 노력하면 된다.

뇌경색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무서운 고혈압 합병증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혈압과 같이 우리 몸이 미리 보내주는 건강에 대한 신호만 잘 알아차리면 우리의 삶은 충분히 여유 있고 행복해지며 가족과 함께 청년과 노년기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라아클리닉 이상욱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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