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질환·치료

상쾌한 하루를 만드는 나만의 비법, ‘수면과학’

입력 2014.06.27 15:35
  • 김양연·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대부분 사람들은 남보다 잘하는 특기가 하나씩 있다. 만약 자신의 특기가 ‘잠을 잘 자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 근로시간 최고의 나라와 같은 불명예도 함께 떠안았다. 또 야근과 회식이 잦은 직장인 문화나 입시전쟁으로 밤을 새우는 입시생 문화는 잠을 ‘잘’ 자기엔 더욱 힘든 환경을 만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공하려면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업무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도 야근을 권장하는 직장 문화는 존재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갈망과 휴식의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잘 쉬는 것’이 업무의 능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인식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 국내 수면과학, 아직 걸음마 단계

우리나라에서 수면을 단순히 자는 것이 아닌 건강을 좌우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접근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전후로 아직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선진국인 미국에 비하면 국내 수면과학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잠을 잘 자기 위해선 먼저 왜 잠을 자지 못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 되는 질환이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현재 각종 기업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품들은 일부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수면 과학’을 붙이기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상 속에서 수면 과학을 적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는지 개인마다 다른 신체 리듬이나 질병 유무에 대해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갈이, 코골이,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특정 질환이 없더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생체리듬을 파악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 잠도 나만의 리듬에 맞춰야

# 취업 준비생 김 모씨(남, 30세)는 지겨운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한 달 전 원하던 대기업에 입사했다. 늦잠 자는 것에 익숙했던 터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힘들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후폭풍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턱밑까지 내려온 다크써클에 주말엔 집에서 자기 바빴으며 없던 두통까지 생겨 두통약을 일주일 째 달고 지낸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되는데 밤 11시가 넘어도 졸리지 않아 뒤척이다 보면 새벽에 잠들기 일쑤다.

사람의 수면 리듬은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 대부분 11시에 잠이 들어 다음날 7시에 일어나는 수면리듬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리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멜라토닌’과 ‘체온’이다. 사람은 보통 새벽 3시에 멜라토닌이 가장 많이 분비되고 체온은 새벽 5시에 가장 낮게 떨어지는데, 멜라토닌이 최고점에 오르는 시간과 체온이 가장 낮게 떨어지는 시간이 일반인보다 빠른 사람을 보통 아침형 인간이라고 부른다.

수면리듬과멜라토닌,체온변화수면리듬과멜라토닌,체온변화

하지만 아침형 수면리듬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1% 남짓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김 모씨처럼 이른 기상 시간에 몸을 맞추긴 힘들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이 적응하기엔 결코 녹록지 않은 사회 구조다. 저녁형 인간이 노력하면 아침형 인간으로 변할 수 있을까.

사람의 몸은 햇빛을 받아야만 건강해지도록 태어났다. 빛이 있어야 체온이 올라가서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생체 시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물론 해가 짧은 겨울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해도 일조량이 적기 때문에 아침형이 되기 힘들다. 하지만 해 뜨는 시간이 빨라지는 2월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 뜨는 시간이 빨라짐과 동시에 생체시계도 앞당겨지며, 3~5월을 거치면 새벽에 일어나도 개운한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일찍 일어나는 노력 전에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라며, “수면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모든 노력들은 오히려 만성 피로를 가중시키는 역할밖에는 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면의 질을 높이겠다고 단순히 잠이 잘 오는 침대나 베개와 같은 제품에 의존해선 안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지 잘못된 생활 패턴이나 수면무호흡증, 우울증 등 문제가 되는 증상 및 질환을 먼저 원인을 파악한 후에 숙면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들을 찾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질병도 없는데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자신의 침실 환경이 너무 밝거나 더운 환경은 아닌지,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이 자주 들린다거나 너무 높은 베개를 베고 있진 않은지 등 주변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쾌면을 돕는 최적의 수면환경 조건

하루 중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바로 침대에서 숙면을 취할 때이다. 평균 7~9시간을 침대라는 지정된 공간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만큼 베개, 침구, 잠옷, 조명 등은 쾌면을 돕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1. 머리의 온도, 5도
머리는 체온보다 5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숙면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방에서도 ‘두한족열’이라 해 머리는 차갑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베개는 통기성이 좋고 체온을 흡수하며 열을 발산시키는 소재가 좋다.

2. 침구 온도는 33도, 습도는 50%
우리나라는 4계절에 따라 온도와 습도가 달라지므로 침구를 계절에 따라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 적정 온도는 32~4도, 습도는 45~55%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3. 빛, 10lux
침실의 적정 밝기는 개인차가 있지만, 밝기와 수면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책을 읽을 수 있는 정도 밝기인 30lux이상이 되면 수면의 질이 나빠지며, 100lux 이상이면 뇌파의 영향으로 수면의 깊이와 패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완전한 암흑보다는 10lux정도의 밝기가 숙면에 도움을 준다.

4. 잠옷, 300mL
하룻밤 흘리는 땀의 양은 300~400mL정도로 흡수성과 투습성을 고려한 잠옷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5. 뒤척임, 20회
일반적으로 수면 중에는 20회 이상 뒤척이는 것이 정상이다. 뒤척임은 특정 부위가 눌리지 않게 혈액순환을 돕고,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 피부를 시원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잘 자는 것도 ‘기술’이다. 사람마다 신체조건과 생활패턴이 다르듯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되는지도 개인마다 다르다. 안타깝게도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수면과학 연구소나 체험 서비스는 아직 없지만, 각종 기업에서 운영하는 수면과학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침구 선택 서비스를 활용해 내게 맞는 침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체험해보고 선택하는 데 도움을 얻는 수 있다.

1. 매트리스
내게 맞는 침대를 잘 고르고 싶지만 막상 구매할 땐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정보 없이 매트리스를 골라야 한다면 일단 편안한 복장으로 침대 위를 충분히 뒹굴어보자. 몸을 부드럽게 받쳐주는지, 조금이라도 압력이 느껴지는 부위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매트리스가 지나치게 딱딱하면 혈액순환을 방해할 뿐 아니라 침대에 닿는 어깨와 엉덩이부분이 들어가지 못해 척추가 굽고 관절에 심한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또 반대로 너무 부드러우면 어깨와 엉덩이 부분이 움츠러들어 휘어진 척추를 만들기 쉽고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허리 통증을 일으켜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2. 베개
베개는 체형에 따라 제대로 선택하지 않으면 잘못된 수면 자세로 이어져 목이 접혀 기도를 막아 수면무호흡증이나 코골이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어깨가 짓눌려 결릴 수 있고 경추가 눌려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어깨가 짓눌리지 않도록 어때 공간을 확보시켜주는 높이인지 확인하고 어떤 자세로 눕던 머리-목-척추의 선이 일직선이 유지될 수 있는 베개를 골라야 한다.

베개선택법베개선택법

베개선택법베개선택법

3. 침구
피부가 약한 편이라면 면 소재가 제일이다. 40수보단 60수가 촉감이 부드럽기 때문에 높은 수의 면 원단을 추천하며 표백제와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면 제품이 피부 자극이 적은 편이다.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가 있다면 먼지가 잘 나지 않는 소재나 항균 기능을 가진 기능성 침구를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민해서 잘 깨는 편이라면 너무 얇은 이불보다는 거위 털과 같은 쿠션감 있는 이불이 좋다. 뒤척거릴 때 생기는 작은 충격이나 진동이 잠을 방해할 수 있는데, 털 사이의 공기층이 이를 흡수해 방해요소를 감소시켜주기 때문이다. 또한 온몸에 땀이 많다면 흡수력이 강하고 습기를 방출하는 속도가 빠른 양모나 우모와 같은 천연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이닥 수면건강 기획특집 목차>

1. 당신의 ‘잠’은 건강한가요?
2. 당신이 잠든 사이 일어나는 수면 건강의 비밀
3. 당신의 ‘쾌면’을 방해하는 나쁜 잠버릇
4. 수면 전문가가 전하는 ‘잘 자는 법’
5. 상쾌한 하루를 만드는 나만의 비법, ‘수면과학’

URL이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