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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속칼럼] 미궁속궁합 (6) 화끈한 우리 부부 (마지막 이야기)

입력 2014.06.02 00:00
  • 황진철·그랜드비뇨의학과의원 전문의

# 세상에 ‘속궁합이 안 맞아 헤어진다.’는 말은 이제 없습니다. 속궁합, 서로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속궁합이 맞지 않아 헤어진다는 말보다는 서로에 대해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 진실일 겁니다. 미궁 속에 빠진 속궁합.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속궁합! 우리는 함께 만들어 갑니다!!

화끈한 우리 부부 (마지막 이야기)

두 분이 함께 내원하셨을 때, 남편의 새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멋쩍어 하는 남편을 보고 깍지를 꽉 껴주던 부인의 모습에서 두 분의 서로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이런 부부인데...

사랑...

참 어렵죠. 정의하기 쉽지 않은 단어입니다.

두 분, 서로에 대한 지나친 배려로 20여년을 살아오셨습니다.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면서도, 사랑에 대한, 섹스에 대한 깊은 얘기는 한 번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으니 말이죠.

마주보고 얘기하는 부부마주보고 얘기하는 부부

부인이 앓고 있는 질환은 바로 과민성 방광, 그리고 요실금입니다. 방광이 극도로 예민하여 밤낮없이 잦은 요의를 느끼고 소변이 절박함에 다다라 소변을 찔끔 지리게 되는 것입니다. 두 분이 사랑을 나눌 때마다 예민한 방광이 자극된 부인은 소변을 참는 것이 어려워 몸을 떨며 신음을 토했던 것인데 남편은 20여년을 부인의 극한 오르가즘으로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물론 부인이 절정에서 비췄던 것 또한 사정액이 아니라 아쉽게도(?) 소변이었습니다. 남편은 섹스 이후에 잠깐의 감정 해소의 시간을 원했지만 부인은 바로 화장실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분명히 설명이 됩니다.

섹스 전후로 무드와 로맨스가 아닌 화장실부터 찾고, 섹스 도중에도 오르가즘이 아닌 요절박으로 괴로워했을 부인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에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부인께는 행동요법과 약 한 알을 처방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분께 진정한 사랑의 배려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드렸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잉꼬부부답게 두 분은 오래지 않아 스스로 답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 나갔습니다. 서로의 아쉬움을 솔직히 털어 놓을 수 있고, 부끄러움 또한 하나씩 벗어 가며 진정어린 애뜻함 그리고 사랑이라는 정의를 두 분 나름대로 내리고 계십니다. 저는 흐뭇하게 지켜만 볼 뿐이구요.

그리고 놓치고 지나갈 뻔했던 질환인 남편의 조루에 관해서도 충분한 치료를 병행하였습니다. 치료 전 요절박이 심했을 때는 부인은 남편의 빠른 사정을 선호하였지만, 치료가 진행될수록 본인 몸에서 일어나는 오르가즘 반응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남편과의 충분한 교감과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혼한 지 23년이 지난 지금 글 제목대로 화끈한 부부가 된 두 분께서, 저를 찾아 넷째를 생각해 보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떠올리니, 비록 늦은 밤이지만 글이 절로 써지고 있습니다.

맘껏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서로의 욕구와 사랑을 얘기하십시오. 배려하고 또 배려하되 사랑에 관한 본인의 맘을 천천히 분명히 드러내십시오. 진정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두 분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라면, 그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두 분의 사랑을 맹렬히 응원합니다.

<글 = 임비뇨기과의원 황진철 부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의학PD>

# 본 칼럼은 미궁속(미치도록 궁금한 속이야기) 연재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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