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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속칼럼] 미궁속궁합 (5) 화끈한 우리 부부 (두 번째 이야기)

입력 2014.05.19 00:00
  • 황진철·그랜드비뇨의학과의원 전문의

# 세상에 ‘속궁합이 안 맞아 헤어진다.’는 말은 이제 없습니다. 속궁합, 서로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속궁합이 맞지 않아 헤어진다는 말보다는 서로에 대해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 진실일 겁니다. 미궁 속에 빠진 속궁합.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속궁합! 우리는 함께 만들어 갑니다!!

화끈한 우리 부부 (두 번째 이야기)

그녀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남편, 참 듬직하고 사랑스럽다. 애처가가 뭔가? 공처가, 벽처가라고 소문난, 나를 평생 사랑만 해주는 ‘정열덩어리’ 그 자체다. 이렇게 꾸준히 그리고 흔들림 없이 사랑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참 고마운 사람이다. 우리 부부의 금슬은 동네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우리 아이들도 건강히, 바르게 자라고 있으니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여자다.

풀밭에 누워있는 연인풀밭에 누워있는 연인

그런데 이런 내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난 밤이 무섭다. 우리의 각별한 사랑을 차치하고서라도 남편은 대단한 정력가이다. 오늘도 남편의 구애가 아니라면 혼자이고 싶다. 난 남편과의 섹스에서 단 한번도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남편이 싫어지거나 다른 사람이 생긴 것은 더 더욱 아니다.

다른 집은 부인의 샤워 소리에 남편이 벌벌 떤다던데, 난 매일 밤 남편의 샤워 소리가 공포 영화의 전주곡처럼 들린다. 이런 속내를 모르고, 달려만 드는 남편이 때론 불쌍하기도 하다. 하지만 근래에는 정작 불쌍한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오늘도 남편을 달래느라 바쁘다. 하지만 5일 정도 섹스를 미뤘으니 오늘은 의무 방어전을 치러야 할 듯하다. 기어코 시작된 섹스.. 괴롭다. 하지만 조금만 버티면 된다. 난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비틀고, 참으려 애쓰고 또 애쓴다. 참으로 애뜻하기도 슬프기도 아니 웃기기도 한 우리 침실의 민낯이다.

고등학교 무렵부터인가, 난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다. 늘 요의를 느끼며 소변이 마려우면 남들처럼 참지 못하고, 심지어 그리 멀지도 않는 화장실을 향하다 소변을 지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가족들과 어디를 놀러 가던지 맨 처음 확인하는 것은 바로 화장실의 위치이다. 물론 버스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기차나 자가 운전은 내가 원할 때 화장실을 갈 수가 있으니 그래도 괜찮다. 친구들이, 남편이 버스 여행을 말해도 손사래 치며 굳이 자가용을 고집하는 건 우리 부부의 금슬 때문이 아니다. 바로 나의 잦은 요의 때문이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이렇게 산지도 30년은 족히 된 듯하다.

밤에는 더욱 처절하다. 남편의 사정이 빠른 편이어서 다행이지, 난 섹스를 할 때면 어김없이 소변을 지리고 만다. 섹스 전에 언제나 소변을 비우고 임하지만 서로의 아랫배가 부딪힐 때 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남편을 그걸 좋아한다. 남편은 나도 매번 사정을 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남편을 위해 이 사실을 비밀로 간직한 채 감동없는 섹스만을 반복하고 있다. 오르가즘 없는 섹스,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근래에는 소변을 찔끔하는게 아니라 진짜 봐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편의 사랑에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나의 인내는 점점 한계로 치닫고 있다. 이제는 나의 연극을 끝내야 하는게 아닐까? 앞으로 우리 부부는 어떻게 될까? 두렵다. 그리고 모든게 미안하다.

괴롭다...

<글 = 임비뇨기과의원 황진철 부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의학PD>

# 본 칼럼은 미궁속(미치도록 궁금한 속이야기) 연재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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