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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쉽게 지나쳤던 생리불순, 불임과 암으로?

입력 2013.12.05 00:00
  • 신미영·삼성수여성의원 전문의

”저는 원래 3∼4달에 한 번씩 생리해요. 저희 엄마도 그랬는데 아무 이상 없었대요”

고3 수험생 S양은 4달 동안 생리를 하지 않아 산부인과를 찾았다. 다행히 초음파 검사에서는 난소에 다낭성난포(정상보다 큰 난포가 여러 개 보임)를 보이는 것 외에 자궁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규칙적인 생리를 유도하기 위해 호르몬 치료제(피임약)를 권유했으나 어머니의 심한 반대로 환자는 그냥 돌아갔다. 2년 후 병원을 다시 찾은 S양. 그녀는 한 달간 질 출혈이 있었고, 검사결과 자궁내막암으로 판정,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게 됐다.

자궁내막은 임신을 위해 두꺼워지다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내막이 탈락하면서 출혈이 동반된다. 이것이 월경(생리)이다. 정상적인 월경주기는 생리 시작일부터 다음 생리 시작일까지 대략 28~31일을 주기로 1달에 1번, 기간은 4~7일 정도이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

이러한 생리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양이 불규칙한 경우 생리불순(Menstrual irregularity)이라 한다. 생리불순은 기간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생리주기가 24일 이내로 되풀이되는 경우를 빈발월경, 생리주기가 35일~40일 이상으로 반복적으로 길어지는 경우를 희발 월경, 6개월 이상 월경이 없는 경우 무월경으로 구분한다.

생리불순의 원인은 다양하다. 여성호르몬의 불균형, 과도한 스트레스나 질병, 급격한 다이어트나 체중증가가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갑상선기능의 이상, 시상하부 및 뇌하수체의 이상, 난소기능부전, 잦은 인공유산수술로 인한 자궁내막의 손상도 생리불순의 원인이 된다.

물론 월경이 불규칙한 여성 모두가 자궁내막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생리불순은 스트레스의 해소, 정상체중으로의 복귀, 심리적인 안정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 무경월, 희발월경이 계속될 경우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자궁 내막이 에스트로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궁내막 증식이나 자궁내막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저용량 호르몬 치료제(피임약)를 통해 주기적인 자궁내막의 탈락(생리)을 유도해 자궁내막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미혼 여성의 경우 피임약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피임약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피임약이 불임이나 태아 기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했고, 장기간 복용한 경우에도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면 정상적으로 배란, 임신 능력을 되찾으므로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먹는 피임약은 피임뿐 아니라 희발월경, 부정자궁출혈, 자궁내막증, 생리전증후군, 호르몬 주기에 따라 발생하는 여드름 치료에도 효과가 있으며 다양한 부인과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지속적인 생리불순은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월경이 불규칙하다는 것은 배란이 불규칙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생리불순이 있다면 늦기 전에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생리의 색깔과 양의 변화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 이상한 덩어리가 섞여 나오는 경우, 생리통이 갑자기 생긴 경우에도 산부인과에 방문하여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생리기간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하고, 맵고 짠 음식, 술이나 커피, 담배도 피하는 것이 좋다.

<글 = 삼성수여성의원 신미영 원장(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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