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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키스? 키스의 두 얼굴

입력 2012.09.05 00:00
  • 홍원규·휴먼피부과의원 청라점 전문의

키스를 많이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보도된 바 있다. 키스는 엔돌핀을 분비시켜 통증을 덜어주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으며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키스를 많이 하는 사람이 교통사고율이 더 낮으며 연봉까지 더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여러모로 좋은 작용을 하는 키스는 정말 많이 하면 좋을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행복하고 달콤한 키스가 ‘죽음의 키스’로 돌변할 수도 있다.

죽음의 키스의 정체는 바로 타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전염성 단핵구증이 있다. EB V 바이러스가 감염된 침을 통해 전파가 이뤄진다. 개발도상국에서는 EBV 감염이 5세 이전에 이뤄져 임상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반면, 선진국에서는 위생 상태가 좋아 10세 이후에 감염이 진행돼 전형적인 전염성 단핵구증 증상을 보인다.

키스를하기직전의남과여키스를하기직전의남과여

주로 발열, 인후염, 경부림프절 비대 등 임상 증상을 보인 후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과를 보이지만 종종 용혈성 빈혈이나 비장 파열 등 위독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키스를 통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키스병’이라는 별명이 있다. EBV 바이러스는 90% 이상의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감염시키지만 그 중 일부에서만 전염성 단핵구증이 발생한다.

키스를 통해 전파될 수 있는 다른 질환으로는 연쇄상 구균이 있다. 인후염이나 잇몸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박테리아로 키스나 피부 접촉으로 전파되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간염, 간경화를 유발하는 A형,B형, C형 간염 바이러스도 타액을 통해 전파가 가능하다. 그 외 일반적인 감기, 인후염 및 기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질환 모두 키스를 통해 전파가 가능하다.

피부과 질환 중에는 단순포진이 있다. 단순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1번과 2번에 의해 발생한다. 초기 감염이 발생한 이후에는 잠복해있다가 몸의 면역이 떨어지면 재발해 피부에 반복적인 수포를 만든다. 반복적인 감염은 건강에 큰 지장은 없지만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이렇게 타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는 질환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을 구하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구호자의 질병 상태를 모르고 적절한 보호장비가 없다면, 인공호흡 시 구강 호흡법을 하지 않고 심장 마사지만 권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 사정은 타액에 대한 경각심이 그렇게 높지 않다. 찌개를 한 냄비에서 같이 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우리나라의 문화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타인의 건강까지 배려하는 문화도 중요하다.

타액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은 대부분 스스로 질병에 대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사람 건강엔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휴먼피부과 홍윈규 원장 (하이닥 소셜의학기자, 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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