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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발에 분화구가?! 소와각질융해증!

입력 2012.06.20 00:00
  • 김동현·HiDoc 전문의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다한증 환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다한증 환자들은 불편한 점들이 다양하지만, 이들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불편감 중 하나가 바로 ‘냄새’입니다.

물론 액취증은 말할 것이 없겠지만, 발 냄새도 말 못할 개인적, 사회적 고통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진료실에도 발에 땀이 많이 나면서 발 냄새가 심하게 나서 치료를 받고 싶다고 내원하는 환자들이 흔합니다. 

이런 경우 저는 기본적인 문진을 한 뒤 환자분의 발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보면서 냄새를 맡아 봅니다.

우선 당뇨병이나 신부전증, 간 기능 장애 등의 질환이 있을 때에 땀에서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발

특별한 원인이 될 만한 질환이 없고, 피부 병변 없이 폐쇄된 환경으로 인해 다한증으로 심각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지만, 족부 백선(무좀)이나 습진 등 피부 병변으로 인해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피부 병변 중에 드물게 보게 되는 질환이 바로 ‘소와각질융해증’입니다. 이 질환의 특징은 발뒤꿈치와 발바닥 앞면 같은 곳에 분화구처럼 구멍이 파여 있는 양상이 보이는 것입니다. 

‘소와각질융해증’이라는 단어가 좀 어렵게 느껴지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오목 각질 융해증’이라고도 합니다.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피부의 각질 부분 중 일부가 특별한 원인으로 인해 녹아서 작게 파임 현상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달에 분화구가 보이는 것처럼 피부에도 분화구 모양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 ‘소와각질융해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소와각질융해증은 발바닥 및 손바닥의 각질층에 발생하는 세균 감염증입니다. 그 원인균은 Corynebacterium종, Micrococcus종, Dermatophius종 등 다양한데,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는 Micrococcus종, Corynebacterium종이 주로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균들이 단백분해효소 또는 각질분해효소를 분비하면서 각질층을 녹여 파이게 함으로써 특징적인 피부 병변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주로 발생하는 부위는 발바닥입니다. 손은 발에 비하면 많이 적은 편입니다. 발바닥 중에서도 뒤꿈치나 발바닥의 앞부분처럼 체중을 많이 받는 곳에 주로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소와각질융해증’이라는 질환이 다른 정상인에 비해서 다한증 환자에게서 더 잘 발생하기 때문에 진료 중에 종종 보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가려움이나 통증 등의 다른 증상들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발병 후 상당기간이 지나서 치료를 위해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치료는 바르는 항균제, 먹는 항생제를 단독 또는 병합해서 사용합니다. 다만, 다한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재발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우선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신고, 땀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의 양말을 신으면서 평소 발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다한증이 있는 경우는 생활요법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염화 알루미늄 수화물 등과 같은 바르는 약이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주사법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발한을 억제하면서 항균제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발에 땀이 많고 냄새가 나면 족부백선(무좀)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외에도 ‘소와각질융해증’이라는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도 생활의 지혜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진료시 반드시 발을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에 따라 세균배양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예전 의대 시절 은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최고의 의학 교과서는 환자들이다”

환자의 다양한 증상과 진단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글 = 에비타의원 김동현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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