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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광장공포증을 극복한 여성

입력 2012.01.13 00:00
  • 배성범·HiDoc 전문의

사회가 미분화되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광장공포증과 사회공포증과 같은 공황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급속한 인터넷 보급 탓에 직접적인 만남의 기회가 더욱 감소하여 공황 장애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인터넷의 순기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평생을 광장공포증에 시달렸지만, 페이스북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광장공포증을 극복한 55세 여성 아이린 프레서(Arlynn Presser)의 사례를 통해 인터넷 시대에서 공황 장애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탐구해 보도록 한다.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아이린 프레서(Arlynn Presser)는 2011년 1월 신년 계획으로 광장공포증을 극복하기로 마음먹은 후 1년 동안 292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을 만났다. 평생을 광장공포증과 싸워왔지만 5년 전부터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어 외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두려움 때문에 아들 졸업식에도 갈 수 없음을 알았을 때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이린은 “그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삶을 변화시킬 극적인 무언가가 필요했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랐다.”라고 말하며 “그러던 어느 날 밤, 페이스북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져 상심하고 있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를 위로해 주기 위해 직접 만나 맥주를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페이스북 친구들을 직접 만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페이스북친구페이스북친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년 동안 지출한 돈은 30,000유로였으며 총 11개국을 방문했다. 두 아들인 조세프(23세), 이스트먼(19세)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만남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나와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싶어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온라인 친구들의 90% 이상을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두렵게만 느껴졌지만 곧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2011년 초반에는 미국에 있는 친구들을 만났고 10월부터 해외에 거주하는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해 아들 조세프와 함께 한국, 대만, 필리핀,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등을 방문했다.

여행 중 매일 공황 발작을 겪었지만 아들이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었으며, 아들 없이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들은 나에게 너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준다.”라고 말했다. 
아이린은 이전 직업인 로맨스 소설가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페이스북 친구들과 온라인, 오프라인상에서 친구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여행을 통해 깨달은 바는 친구들과 연락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곁에 남는 것은 가족과 친구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공황장애는 자기만의 생각에 푹 빠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인간 개체의 다양함에 대해 인식하면서 혼자만의 생각의 틀을 벗어나는 상황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치유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생각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의 성향이나 취향을 떠나, 깊이 있는 공감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다. 소울 메이트 같은 상대가 아닌 공감이 전혀 없는 상대와 술을 같이 마시거나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상에 대해 수다를 나누는 것이 전부라면 오히려 잡념만 늘 수 있고, 이런 잡념들은 공황 증상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배성범 하이닥 소셜의학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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