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전문가칼럼

산부인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자궁근종 수술의 오해와 진실

입력 2016.01.20 10:15
  • 황종하·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전문의

자궁근종을 수술하는 방법은 자궁근종만 절제하는 자궁근종 절제술과 자궁 전체를 절제하는 전 자궁 적출술이 있다. 자궁경부를 남겨 두고 상부만 절제하는 부분 자궁 절제술(다른 말로는 아자궁절제술)까지 하면 세 가지 정도 된다.

‘자궁 절제술’, 환자와 의사 생각 다르기도

의사가 자궁 절제술을 권할 때 그 이유는 흔히 하는 말로 자궁근종만 절제하면 재발하니까 다 제거하자는 것이다. 임신을 해야 하는 여성이라면 모르지만, 출산이 끝난 여성이라면 굳이 자궁을 두고 나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의사도 의사 나름이고 환자도 환자 나름이다.

고민하고 있는 여성고민하고 있는 여성

병만 고려한다면 자궁을 절제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자궁을 절제한다면 자궁근종 재발을 방지하는 것뿐 아니라 자궁내막의 병, 자궁경부암 등을 모두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그런 논리라면 폐경이 된 사람은 난소기능이 필요 없으니 난소암 예방을 위해 자궁 수술하는 김에 같이 제거해야 하고 충수돌기도 나중에 염증이 생겨 응급 수술할 수 있으니 같이 제거하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예전에는 제왕절개나 부인과 수술을 할 때 충수돌기를 같이 제거하기도 했다. 필자가 대학, 암센터에 있었던 시절에는 자궁근종 수술을 할 때 자궁근종만 제거하기보다는 자궁을 절제한 경우가 많았다.

‘환자’보다는 ‘병’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그렇게 된다. 3시간 대기에 ‘3분 진료’가 슬로건처럼 난무하던 시절, 진료 시간에 쫓기는 의사에게 말을 걸기조차 힘든 것이 환자와 보호자의 처지였다. 수술날짜를 잡아 놓고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수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의사에게 바랄 수는 없었다.

자궁을 보존하기 원하는 여성들은 생각보다 많다. 자궁을 보존하고 수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의사의 권위에 눌려 제대로 말하지 못하기도 한다. 갱년기 즈음하여 자궁을 절제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자궁 보존을 강력하게 원하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자궁이 없는 것에 대한 심리적 상실감, 수술 후 성관계에 문제가 없을지에 대한 두려움 등 때문이다.

‘자궁이 없으면 이렇다’ 속설들, 그 진실은?

자궁이 없으면 생리를 하지 않으니 갱년기가 와서 빨리 늙어 버리는 것이 아니냐 걱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생리를 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여성 호르몬은 난소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생리를 하지 않는 것과 폐경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난소를 보존하는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호르몬이 분비되므로 갱년기 증상이 오지 않는다. 생리는 하지 않지만 생리 전 가슴이 뭉치는 등의 증상으로 본인의 난소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

난소를 한쪽만 절제하고 남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난소의 기능은 두 개 있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장을 하나 다른 사람에게 주어도 기능에 크게 차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양쪽 난소를 절제하는 경우라면 수술과 동시에 폐경이 된다. 하지만 가임기 여성에서는 일반적으로 자궁적출을 하는 경우 난소를 보존한다. 난소를 보존하면 자궁이 없다고 하여 폐경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궁이 있는 여성들에 비해 폐경 되는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

또 자궁이 없으면 몸에 힘이 없어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으니 의사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임신 계획이 없거나 출산을 끝낸 여성에서 자궁의 기능은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렇게 알고 있는 여성들이 많고, 이는 수술을 경험한 주변 사람의 하는 말에 근거한다. 모든 것을 의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상처가 아무리 잘 아물어도 애당초 상처가 생기지 않는 것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기능적으로 이상이 없어도 감각적으로 느끼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의사들은 이러한 부분까지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성관계 문제도 그렇다. 자궁을 절제한다고 질이 짧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성관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술 후 성관계 빈도가 줄어들거나 아예 하지 않는 여성도 있다.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고 남성이 관계를 꺼리는 경우도 생긴다. 의학적으로 ‘괜찮다’고 하는 것이 심리적인 요인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궁근종 절제술? 자궁 절제술? ‘그때 그때 달라요’

환자들이 자궁근종 절제술을 원하는 이유 하나는 자궁을 절제하는 것보다 수술이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혹만 제거하는 것이 전체를 제거하는 것보다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말은 자궁근종의 크기, 위치 등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자궁근종이 작으면 혹만 제거하는 것이 간단하지만 크고 위치가 좋지 않은 데다 혹의 개수까지 많으면 자궁을 들어내는 것이 출혈도 적고 수술도 수월하다. 다시 말하면 수혈 가능성이 줄고 수술시간이 단축된다.

출산이 끝난 40대 이후의 여성이 자궁근종으로 수술하는 경우 의사들은 자궁 절제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병의 재발을 방지하고 자궁에 생기는 다른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궁을 제거하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궁 보존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자궁근종만 제거하면 향후 재발 우려가 있는데 젊은 사람에 비해 재발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다. 폐경이 되면 여성 호르몬이 분비 되지 않으므로 자궁근종이 재발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자궁근종은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등과 동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는 혹만 제거해서는 치료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다발성 자궁근종으로 모든 혹을 제거하기 힘들거나 근종의 위치상 혹만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궁을 들어내야 한다.

자궁을 적출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난감한 경우가 있다. 미혼이거나 출산을 해야만 하는 여성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가능한 자궁을 보존한다. 완전한 치료보다는 향후 임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발성 자궁근종이 있는 경우에 전부 제거하지는 못해도 가능한 범위에서 혹을 제거하고 임신에 영향을 줄 만한 위치에 있는 혹은 되도록 제거한다. 최근의 자궁근종 수술은 대부분 복강경으로 하지만 필요하면 개복을 하더라도 자궁을 살리게 된다.

<글 = 동원산부인과 황종하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URL이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