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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성 유산, 유산후 조리와 유산 원인치료로 예방

입력 2016.03.10 11:45
  • 정소영·의료법인 성누가의료재단 성누가병원 한의사

요즘엔 ‘아이가 혼수’라며 혼전임신을 경험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결혼 후 몇 년이 지나고서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 특히 힘들게 태중에 들어선 아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 산모의 마음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아이를 임신한 여성들이 유산할 가능성은 의외로 높다. 전체 임신의 15-20%가 유산으로 이어지며, 높게는 25%로 4명 중 1명이 유산의 아픔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유산의 여러 유형 중에는 ‘습관성 유산’이 있다. 과거 분만 경험에 관계 없이 연속 2회 이상 자연 유산이 반복되거나, 임신 20주 이전 3회 이상 반복된 자연 임신 손실을 말한다.

다행히 습관성 유산은 100명 중 1-2명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2번 유산했을 때 산모 나이가 35세 이상이거나 난임 진단을 받은 경우, 두 번 임신 중 한 번이라도 태아의 심박동 수를 확인해야 했을 경우 등은 습관성 유산 관련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임신한 배를 감싸쥐고 있는 부부임신한 배를 감싸쥐고 있는 부부

주 원인으로는 염색체 이상이나 내분비 이상, 자궁경부나 면역학적 인자 등이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환경적 요인이나 감염성 질환까지 거론되는 등 그 원인이 복합적일 뿐 아니라 뚜렷하지도 않아서, 대표적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를 보더라도 유산을 경험하지 못한 여성들에 비해, 한 번이라도 유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다시 유산할 확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유산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유산을 경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한의학에서는 유산의 원인으로 자궁이 차갑거나 기혈이 부족한 경우, 어혈이나 습담 등으로 자궁이 건강하지 않아 착상이 잘 되지 않는 경우, 착상되어도 유지되지 않는 경우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경우들은 모두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 신장과 비장에 에너지가 약하면 자궁의 기혈이 부족해지고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또 자궁이 차거나 스트레스로 기운이 울체되면 어혈과 습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습관성 유산’의 경우, 한방에서는 오래 전부터 미끄러져 나간다는 뜻의 ‘활태(滑胎)’라는 이름으로 주목하여 치료해 왔다. <경약전서>는 습관성 유산의 원인으로 본래 허약한 경우, 나이가 많아 체력이 떨어진 경우, 우울과 분노, 과로로 정력(精力)을 손상한 경우, 지나치게 성관계를 하여 생기(生氣)가 손상된 경우, 떨어지거나 부딪혀 다치거나 음식을 부주의하게 먹을 경우 등을 분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습관성 유산의 한방치료에 대한 임상연구를 통해 2회 이상 유산경험 환자들에게 3개월 정도 한방치료를 실시한 결과, 약 85%가 임신과 정상 분만에 성공해 유산 위험률을 2배 이상 낮출 수 있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한방치료에서는 자궁을 따뜻하게, 튼튼하게 하여 어혈과 습담을 제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습관성 유산의 한방치료는 자궁의 기능을 회복시켜 임신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산 후 자궁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유산 후 조리’가 중요하다.

다음으로 자궁의 여러가지 문제를 살피면서 유산이 반복되는 원인을 파악해 이를 치료하고, 임신이 확인되면 바로 유산방지 한약(안태약)을 복용하도록 한다.

<글 = 인애한의원 정소영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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