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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자궁근종 수술, 복강경인가? 로봇인가?

입력 2016.05.18 09:25
  • 황종하·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전문의

로봇이 생활 전반의 영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로봇 하면 흔히 사람을 닮은 형상을 떠올리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공장 등에서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주로 인간의 팔을 모티브로 하여 기능을 향상한 것이다. 의료 영역에서 수술에 로봇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십 년 정도 된다. 2005년도부터 국내에서 로봇 수술이 도입되었다. 공장에서 로봇을 사용하는 이유는 로봇이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단순 작업의 경우 사람은 지루해지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인건비가 비싸지면서 로봇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생산비 절감의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로봇은 인간의 형상이 아닌 인간의 팔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의료 영역에서 수술할 때 사용하는 로봇도 마찬가지이다. 로봇이 수술한다고 하면 왠지 사람과 비슷한 로봇이 사람을 대신에 수술하는 영상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의료용 로봇은 사람의 팔을 대신하고 로봇팔을 사람이 조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로봇이 수술하는 것이 아니고 로봇팔을 이용하여 의사가 수술하는 것이다. 사람은 수술하는 것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처럼 천편일률적이 아니다. 내부 장기의 크기나 병의 상태가 다 제각각이라 어떠한 프로그램을 입력하여 로봇이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 사람이 움직여야 로봇도 움직이는 구조다. 의료용 로봇은 일종의 도구다.

책을 보고 있는 여성책을 보고 있는 여성

로봇을 이용하여 수술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먼저 로봇 수술이 어떠한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아보자. 요즘 많은 수술이 배를 열지 않고 복강경을 이용하여 수술한다. 복강경이란 배에 0.5~1.2 cm 정도의 구멍 (단일공 복강경의 경우 약 3~4cm)을 뚫고 투관 침을 배에 삽입한 후 기다란 복강경용 수술 기구를 투관침을 통해 넣어 수술하는 것이다. 복강 안으로 내시경용 카메라를 넣고 화면을 보면서 기다란 수술기구를 손으로 움직여 수술한다. 복강경 수술을 하면 환자로서는 상처가 적고 통증이 줄고 회복이 빠르지만, 의사로서는 개복보다 수술이 어렵다. 수술 기구들이 발전함에 따라 그 차이가 줄어들었지만, 복강경 수술을 오래 하다 보면 목도 아프고 관절도 아프다.

로봇 수술은 긴 막대 같은 수술용 기구를 로봇팔이 대신 잡아 준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환자 배에 장착된 로봇팔을 의사가 조이스틱과 같은 것을 가지고 움직인다. 의사로서 편하다. 비유한다면 핸들을 그냥 돌리는 것과 파워 스티어링이 장착된 핸들을 돌리는 것과의 차이다. 환자 입장은 어떨까. 파워 스티어링이 장착된 차라면 택시 기사는 편할지 모르지만, 손님은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택시가 더 빨리 가는 것도 아니다. 파워 스티어링이 장착된 차를 타는 것이 나쁠 거야 없지만, 비용이 열 배쯤 비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로봇 수술을 하면 환자로서는 뭐가 좋을까. 수술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비용이 절감되고, 수술 예후가 좋고, 합병증이 줄어들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자궁근종으로 전자궁 적출술, 자궁근종 절제술 등을 하는 데 있어 로봇 수술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임상 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로봇팔이 들어가려면 일반 복강경 수술을 하는 것보다 배에 더 큰 구멍을 뚫어야 하는 등 환자 입장에서 좋다는 내용은 많지 않다. 의료용 로봇이 만들어진 이유가 뭘까. 사람이 못하는 수술을 로봇팔을 이용하여서 하고, 사람이 직접 수술하는 것보다 로봇팔을 이용하여 수술하는 것이 더욱 좋으므로 만든 것일까. 의료용 로봇은 의사가 없는 곳에서도 수술하기 위해 고안 된 것이다. 사람이 수술하면 좋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우주인을 수술하고, 전쟁 중인 병사를 대도시의 병원에서 원격으로 수술하기 위해 미국 NASA와 국방성이 개발한 것이다

로봇 수술은 같은 수술을 편하게 할 수 있으니 의사 입장에서 보면 좋다. 칠십, 팔십이 되어서도 로봇의 도움을 받아 장시간 걸리는 수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로 허덕이는 한국 의료의 현실에서 의사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병원의 수익을 높일 수 있다. 환자들은 로봇 수술이라고 하면 첨단 수술로서 막연히 좋을 것이라는 환상이 있고, 의사가 좋다고 권하면 거절하기도 힘들다. 로봇 수술, 원격 진료 등은 정치적으로 얽혀 있으며, 각 집단의 이해관계로 사회적으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 대립각을 세우지만 결국 미래에는 이러한 방향으로 갈 것이다. 로봇팔을 이용하여 더욱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질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보면서 인공 지능이 접목된다면 의사를 대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이드 해주는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 가까운 장래에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의 로봇 수술의 비용 대비 효율성, 치료 성적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할 것이다.

<글 = 동원산부인과 황종하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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