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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한의원에서도 치료할 수 있나요?

입력 2016.06.23 11:23
  • 이지현·HiDoc 한의사

40대 여성 K 씨는 언제부터인가 생리통도 심해지고 생리량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무리해서 그런가? 다음 달엔 괜찮겠지.’ 하며 넘어갔지만, 몇 달 반복되다 보니 몸에 이상이 있나 싶은 생각에 산부인과에 내원하게 되었다.

K 씨의 검사 결과는 자궁근종. 결과를 듣고 가만히 생각하니 동창회 친구들이 “자궁에 혹이 있다.”, “근종 때문에 수술 꼭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등 관련된 얘기를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많이 들어본 것을 보니 흔한 질환인 것은 같은데, 막상 본인에게 자궁 근종 진단이라니 K 씨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병원에서는 큰 걱정하지 말고 몇 개월 뒤 다시 와서 검사하자고 이야기했지만, 왜 다시 검사하자는 건지 괜히 더 불안해졌다.

자궁자궁

▲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자궁근종'

여성에게 발생하는 종양 가운데 가장 흔한 종양으로 알려진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20-30% 정도에서 발생하고, 35세 이상 여성에서는 많게는 반수에서까지 발생한다.

아무런 증상이 없이 검진하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있는 경우는 보통 20-50% 정도. 다시 말해, 증상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래서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대개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알게 되었거나, 증상이 있다면 월경과다, 월경통 심화로 알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자궁근종은 월경 증상 외에도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위치와 크기에 따라 영향이 다를 수 있고, 인접 장기를 압박하여 변비, 빈뇨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만일 월경과다가 심하고 만성적으로 지속할 경우 2차적으로 빈혈을 야기하여 전신쇠약, 피로, 어지러움 등을 호소할 수도 있다.

▲ ‘자궁근종’의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난소 기능이 활발할 때 잘 생기며, 폐경 후에는 크기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임상 증상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위험인자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데, 초경이 빠른 경우나 과체중일 경우, 가족력이 있을 경우는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식생활 습관이나 운동도 일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운동선수의 경우 자궁근종 유병률이 감소한 보고가 있다. 또. 채식을 취한 군에서 고기와 햄을 섭취한 군에 비해 발생이 감소하였다는 보고도 있다.

▲ ‘자궁근종’, 한방에서도 치료 할 수 있다

자궁근종에 대해 한방에서도 오래전부터 여러 연구와 치료가 있었다. ‘癥瘕(징하)’, ‘石瘕(석하)’의 등의 한의학적 용어로 제시되어있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유발 증상에 따라 ‘崩漏(붕루)’, ‘月經過多(월경과다)’, ‘痛經(통경)’ 등의 범주로 보기도 한다.

한약 치료가 주된 치료이며, 침구치료를 병행하는데, 자궁근종이 유발하는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자궁근종의 크기 감소를 목표로 한다. 치료 기간과 방향은 근종의 크기나 유발하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개 한의원에 내원하는 자궁근종 환자들을 보면 수술을 권유받았는데 외과적 수술을 원치 않아서 내원하였거나, 혹은 근종이 자라는지 몇 개월 단위로 추적 관찰하는 중인데 이 기간에 한방치료를 시도해 보기 위하여 내원한 경우가 많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향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어혈을 풀어주고 자궁 내 순환을 돕는 치료를 하면 근종으로 인한 월경통이나 월경과다가 호전되어 ‘생리통이 줄었다.’, ‘생리할 때 덩어리가 많이 나왔는데 줄어들었다.’ 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근종이 유발하는 증상들이 해소되면 근종 자체가 너무 크지 않는 이상, 추적관찰을 하며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좋은 편이다.

▲ 한방으로 모든 근종치료가 가능? No,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 필요

모든 경우에 한방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근종이 유발하는 증상이 어느 정도 개선될 여지가 있고 치료해 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될 수 있는 대로 수술을 보류할 수 있겠지만, 유발하는 증상이 당장 환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종이 계속해서 교정되기 힘든 정도의 출혈을 유발한다거나, 제어되지 않는 골반통을 유발할 경우, 갑작스러운 크기 증가가 있는 경우 불가피하게 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일 폐경이 이미 되었는데도 근종 크기가 증가할 경우, 육종성 변성 등의 다른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자궁근종은 예후가 나쁜 종양은 아니지만 유발하는 증상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과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다. 흔하다고 해서 내버려둘 질환도, 그렇다고 무작정 두려워하고 낙심할 질환도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전문적인 의료기관에서 진료 후 치료방향을 결정하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지현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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