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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치료제 복용 후 부작용으로 여유증 생겼다면?

입력 2016.08.16 16:01
  • 조현섭·트루맨남성의원 전문의

탈모 치료 목적으로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후 "가슴이 아프다."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또 "가슴에 몽우리가 생겼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통증이나 몽우리는 한쪽 가슴에만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양쪽 가슴 모두에 발생할 수도 있다.

갑자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혹 무슨 병이 생긴 건 아닐까 많이 걱정할 듯한데,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은 프로페시아 복용에 의한 일시적 부작용이며,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자연적으로 호전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면 가슴이 여성처럼 점점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여성형 유방, 줄임말로 ‘여유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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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학 정보가 범람함에 따라 프로페시아 복용 후 몽우리가 생겼다거나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는 단계에서 '이게 바로 여유증인가? 수술을 받아야 하나?'라고 미리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단계에서는 여유증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적절한 복약 지도를 받으면 대개 증상이 자연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프로페시아 복용 후 여유증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일단 복용을 중단하고 부작용이 가라앉은 후 다시금 복용하는 형태로 탈모 치료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탈모 치료에 관해서도 지나치게 염려하실 필요는 없다.

그런데 왜 프로페시아 복용 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안타깝게도 프로페시아와 여유증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돼 있지 않다. 하지만 원인으로 추측되는 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신빙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설은 아래와 같다.

통상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은 5-알파 환원효소(5-alpha reductase)에 의해 DHT(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라는 것으로 변환되고, 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도 변환된다. 그런데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면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변환되는 작용이 억제되고,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많아지게 된다. 즉 테스토스테론이 많아지면 여성호르몬의 양도 그와 비례하여 증가하게 되고, 결국 체내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남성의 신체에 여성호르몬이 필요 이상 증가하면 여러 가지 여성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여성호르몬이 남성의 유방에 과다하게 작용하면 가슴에 몽우리가 생기거나 통증이 발생한다거나 아예 가슴이 돌출되는 여유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유증 외에 다른 질병의 가능성은 없을까? 가슴에 몽우리가 만져지는 경우 '혹시 남성의 1%에게만 발병한다는 남성 유방암인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남성 유방암은 60대 이후 남성에게 발병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60세 미만이라면 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60대 이상이고, 가슴에 몽우리가 만져지면서 통증이 느껴진다면 남성 유방암 가능성이 없지 않으므로 병원 진단을 받아보시기를 권장한다. 물론 60대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유방암이 걱정된다면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다.

또한, 여유증은 간 기능의 저하나 내분비 질환, 고환 또는 갑상선 등의 질환에 따라서도 발생할 수 있다. 프로페시아를 복용 중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질환에 의해 여유증이 생겼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나오기 시작하고 몽우리가 만져지면서 여타 신체 부위에도 이상 징후가 있다면 단순히 '프로페시아 때문이겠지.'라고만 생각하며 내버려 두기보다는 일단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조현섭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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