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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소비 트랜드 ‘감정대리인’, 내 감정을 부탁해?

입력 2019.01.22 18:16
  • 김윤정·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직장인 A 씨의 카카오톡과 사내메신저에는 끊임없이 재미있는 이모티콘과 짤 영상이 올라온다. 이런 이모티콘은 ‘화나요’, ‘재밌어요’ 등과 같은 우리의 감정을 대신에 하여 표현한다. 어쩌면 구구절절한 문장보다 잘 고른 이모티콘 하나가 편하고 내 감정을 더 잘 표현해서 일지도 모른다.

퇴근 후 A 씨는 직장에서의 차오른 스트레스를 페이스북 ‘대신 욕해주는 페이지’에 들어가 푼다. 그리고 TV를 켜고 연애, 여행 등을 다룬 관찰 예능을 본다. 패널들의 대화와 반응을 보면서 ‘맞아, 그렇지’라며 타인의 시선을 통해 대리 감정을 느낀다. 이 후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일을 열심히 잘하면 돈을 더 줘야지, 왜 일을 더 줘’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내 감정을 대신에 해서 표현한다.

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

내 감정을 부탁해도 되는 걸까?

‘코리아 트랜드 2019(작가 김난도 외, 출판사 미래의 창)’에서는 소비 트랜드 키워드로 ‘감정 대리인’을 선정했다. 그만큼 A 씨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회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의 감정 표현 조차도 쉽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감정의 “맥도날드화”로 변해가는 것이다. 책에서는 감정 관리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우리의 마음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고 전했다.

감정을 부탁하는 사람들, 왜?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가까이 상호작용하면서 사람과의 관계 맺기가 어렵고 자신을 감정을 선택하고 표현하는 일이 피로한 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내면에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조차 확신이 서지 않고 실패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내 감정을 오롯이 TV 프로그램의 자막, 1인 미디어의 진행자가 결정해주는 것이 편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하이닥 의학기자 정신건강의학과 김윤석 원장(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은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맡기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고 말하며 “타인이 감정을 결정해주는 것에 익숙해 진다면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할 때 목적지를 잃고 그때그때 부는 바람에 둥둥 떠다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스스로 감정과 마주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길들여야

우리의 감정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감정과 마주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길들여 보자. 부정적이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라고 무시하거나 외주를 줘버리기보다 있는 그대로 또렷이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면 나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내 감정을 공유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까지도 공감하기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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