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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포비아’, 전화말고 카톡으로 하면 안 될까요?

입력 2019.01.23 16:37
  • 김윤정·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직장인 A 씨(27)는 걸려오는 전화에 선뜻 통화버튼이 눌러지지 않는다. 통화가 두려워 상대가 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메신저나 문자로 무슨 일인지 확인한다. 어쩔 수 없이 통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연습한 후 전화를 건다.

A 씨처럼 전화통화를 피하고 문자나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을 전화공포증 즉, ‘콜포비아’라고 부른다.

전화통화가 불편한 여성전화통화가 불편한 여성

전화보다 적당한 거리감을 둘 수 있는 문자가 편해

콜포비아는 어린 시절부터 문자로 간접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익숙한 10~20대에게 흔하다. 그들은 상대방을 직접 만나서 표정 및 말의 뉘앙스를 들으며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상호 교류 능력은 어린 시절부터 후천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 노출되면서 습득할수록 세련되어진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는 대면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읽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어렵고 피곤한 일로 여긴다. 이들이 전화 받기와 걸기를 꺼리며 문자로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 자신의 감정을 쉽게 숨길 수 있고 적절한 거리 두기로 피로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닥 의학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윤석 원장(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은 “소통에는 ‘정보전달’ 이외에 ‘감정전달’도 필요한데, 감정전달없이 정보전달만으로 맺어진 관계는 모래알 뭉치처럼 부서지기 쉽다”며 “감정전달이 잘 안 되는 삶이 지속하면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조언했다.

‘콜포비아’ 불안장애의 일종일까?

콜포비아는 아직 정신의학회의 진단기준에 정식으로 등재된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전화 받기를 꺼리는 정도를 넘어서 그로 인해 직장생활 및 대인관계 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김 원장은 “콜포비아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다면 치료가 필요하다”며 “특정 공포증이나 불안장애와 마찬가지로 트라우마가 되었던 사건이 있는지 파악하고, 전화 받는 것이 위협적이거나 부정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인지행동치료 및 노출 치료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전화를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어색해하는 수준이라면 ‘콜포비아’라는 단어는 의학용어라기 보다는 신드롬(syndrome)에 더 가깝다.

가족에게 전화를 건내는 여성가족에게 전화를 건내는 여성

문자로 전달할 수 없는 감정전달, 전화통화가 필요할 때도

간접적인 소통에 익숙해져 어느샌가 어색해진 전화통화지만 여전히 음성으로 전달해야만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업무 중 사내 메신저나 메일로 주고받다가 감정의 오해가 생겨 일이 복잡해지는 경우, 평소 친구와 문자로 소통하다가 오해가 생기는 경우 등은 전화 한 통으로 뉘앙스를 전달하면 대부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금세 풀어진다. 아무리 소통방식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문자나 이모티콘이 내 감정을 다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리함에 나도 모르게 전화통화는 멀리하고 주로 문자로만 소통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자. 그리고 오늘 퇴근길에는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전화 한 통 건네보자. 문자가 주지 못했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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