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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아이유의 ‘페르소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말하는 페르소나란?

입력 2019.05.10 18:50
  • 김윤정·하이닥 건강의학기자

글로벌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앨범 명과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는 ‘아이유’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제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모두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 있다.

아이유는 ‘페르소나’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영화를 통해 네 가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발표와 함께 ‘융의 영혼의 지도’라는 책을 팬들에게 추천했다. 이에 ‘융의 영혼의 지도’ 저자는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가 유엔 연설 시 서울 밖 작은 마을에서 자란 소년으로서의 자아와 현재 그의 자아와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 짓는 점에서 감명받았다”고 말하며, “만약 그가 유명인으로서의 자아만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가 소년이었을 때의 자아와의 연결은 끊어졌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이닥 의학기자 김윤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페르소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페르소나페르소나

Q. 페르소나란 무엇입니까?

A. 페르소나(Persona)는 라틴어로 ‘가면’이라는 뜻입니다. 사회적인 가면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성격을 뜻하는 영어 단어 Personality는 이 페르소나에서 파생되었습니다. 페르소나는 조금 넓은 범위에서 의식적인 사회적 인격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한 사람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페르소나는 진정한 자신이 아닌 거짓된 자기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Q. 많은 사람이 ‘가족 앞에서의 나’, ‘친구 안에서의 나’, ‘사회생활 속의 나’ 서로서로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때로는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기도 하는데요. 건강한 자아 구분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잘 행해지지 못했을 때 마음건강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심리학자인 융은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천 개의 가면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페르소나가 모여 자신의 성격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페르소나는 사회적 압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페르소나에만 의지한 채로 살아간다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인생을 돌아보면 이제껏 무엇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적절한 페르소나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마음 상태는 어떠한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게 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진실한 자기의 모습을 부인하고 살다가 그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자녀의 독립, 퇴직, 이혼, 실직, 사소한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등입니다. 평소에 진실한 자기의 모습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면 이러한 인생의 큰 전환점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기를 더 챙기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우울, 불안, 자기 연민, 인지 왜곡 등 타인이 보았을 때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의 공허감을 느끼게 됩니다.

Q. 건강한 자아 구분을 위한 방법이 있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우리는 인생의 전반기에 페르소나에 묻혀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의 아들·딸로 누군가의 엄마로 수험생의 부모로 직장에서는 어떤 직책으로 또는 승진을 위해 몸을 던지는 누군가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아무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도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의식적으로 떠올려야 합니다. 스스로 건강한 자아에 관해 관심을 가지세요.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인생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까요.

최근 방탄소년단과 아이유를 통해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에게 회자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페르소나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면 더욱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는 페르소나가 인생의 방향을 잡는데 좋은 기회가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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