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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헐크로 변신? 뇌를 바꾸는 ‘알코올성 치매’

입력 2020.01.03 17:00
  • 이승하·신경과 전문의

치매는 보통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알코올성 치매는 지속적이고 과다한 음주로 인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노인층뿐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코올성 치매 환자가 어릴수록 진행 속도가 빠르고, 방치 시 짧은 기간에 노인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서 유의해야 합니다.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 과다섭취로 인해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을 받으면서 발생합니다. 다른 치매와 달리 환자가 술을 끊고 6개월이 지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많이 진행된 상태이거나 중증이면 회복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도 ‘금주’가 가장 중요하며, 알코올로 인한 생긴 영양의 결핍인 ‘비타민 B1’ 결핍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알코올성 치매의 주요 증상, ‘블랙아웃’

뇌

대표적인 증상은 술을 마신 후 기억이 나지 않는 ‘블랙아웃’입니다. 처음에는 블랙아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증상이 반복되면 해마의 신경세포 재생을 억제해 뇌 손상을 가져오고, 치매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만성 알코올 의존 환자들 대부분은 부분적인 뇌 손상과 인지기능 저하를 보입니다. 인지기능 중 특히 건망증, 정신운동 지연, 고집증(preservation), 주의력 저하, 지남력 장애 등이 흔히 관찰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알코올에 의한 신경독성은 뇌의 전 영역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언어적 기억과 수행 기능의 장애가 확인되었습니다.

단기 기억장애가 생기면,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심하면 사라진 기억을 대신해 기억을 채워 넣는 작화증(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을 실제로 겪은 것처럼 기억하고 믿음)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성격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고집이 세진다거나, 남의 말을 듣지 않고 폭력성이 심해질 수 있는데, 이는 뇌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 혼술, 한두 잔은 괜찮을까?

하루 1~3잔 이하의 소량 알코올 섭취는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고, 치매의 발병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반면에 소량의 음주라도 지속하는 경우나 음주량이 많을수록 뇌의 용적(volume)이 감소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즉, 알코올의 섭취는 소량이라도 뇌 신경세포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미칠 가능성이 있고, 그 정도는 섭취량에 따라 증가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술을 마셔야 잘 수 있어서 시작하지만, 결국 술이 없으면 못 자게 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잠이 안 오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 잔씩 혼술 하게 되는 경우 오래되면 불면증이나 불안 증세가 더 악화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 알코올성 치매가 걱정된다면?

알코올성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 신경과나 정신과 전문의와의 면담을 통해 병력 청취 및 신경학적 검사를 한 이후에 혈액검사, 임상 심리검사를 하게 됩니다. 임상 심리 검사는 환자와 일대일 면담을 하여 표준화된 인지기능에 대해 다방면으로 테스트를 하는 검사입니다. 결과는 표준 점수와 그래프로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뇌 CT나 MRI로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종류를 구분하고 진단하게 됩니다.

◇ 블랙아웃 반복되면 절주하고, 진료받아야

뇌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려면 금주하거나 적당한 음주량 조절이 필요합니다. 블랙아웃 되는 증상이 자주 있다면 절주하고 병원을 찾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음주 습관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식사나 안주를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비타민 B 결핍이 더욱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음주 시 물을 자주 마시고, 과일, 채소 등이 함유된 안주 및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폭탄주처럼 술을 섞어 마시는 습관도 지양해야 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승하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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