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전문가칼럼

‘그곳’에 재발한 곤지름… 해결할 수 있을까?

입력 2020.05.21 12:30
  • 이은·노들담한의원 전문의

곤지름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해 생식기와 항문에 발생하는 양성 종양이다. HPV는 현재까지 약 200여 종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HPV 6과 HPV 11 등은 저위험군으로 양성종양인 곤지름을 일으킨다. 반면, HPV 16‧18‧52‧58형은 대표적인 고위험군 바이러스로 악성으로 진행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걱정하는 여성걱정하는 여성

곤지름 진단 후 잠 못 드는 여성들

여성은 월경 전후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식기에 뾰루지나 종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탓인지 생식기에 무언가가 생겼을 때 질염이나 단순 뾰루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질염 및 자궁경부암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곤지름을 발견하기도 한다.

곤지름은 음순부, 회음부, 질 입구와 질 내부, 자궁경부 및 항문 주변 피부와 점막에 발생할 수 있다. 음순부와 회음부, 항문 피부에서는 과각화된 구진이 특징이며 질과 항문 등의 점막에서는 납작한 형태의 병변이 관찰된다. 보통 흑회색, 흑갈색, 분홍색의 구진이 단독 또는 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좁쌀같이 작은 모양부터 닭 볏이나 브로콜리와 같은 큰 모양까지 다양하게 발생한다.

곤지름을 진단받고 나면 불안감과 염려가 뒤섞인다. ‘어쩌다가 내게 이런 것이 생겼을까’라는 자조적인 생각부터 ‘혹시 암이 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일상생활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생식기 주변에 발생한 곤지름은 그 증상만으로도 심적 부담감이 크며 환자의 면역까지 해치게 된다.

더군다나, 여성에게 찾아온 곤지름은 꽤 까다롭다. 곤지름 증상은 생식기와 항문 점막에 HPV가 감염된 후 보통 3주에서 3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 통증, 출혈, 소양감 등 특이한 증상이 없는 탓에 병변 조직이 커지기 전까지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음순부 안쪽이나 질점막에 있는 경우는 발견이 더욱 어렵고 자궁경부의 ‘편평콘딜로마(flat condyloma)’는 자궁경부 확대경 검사를 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다.

곤지름 발견이 늦어지고 재발하는 이유는?

생식기 구조의 특성상, 남성의 성기는 돌출 형태라 피부에 발생한 병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의 생식기는 안쪽으로 함몰된 구조에다가 점막 조직도 많아 초기 발견이 어려운 편이다. 특히 자궁경부암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을 때 곤지름을 동반한 사례가 많다. 이는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자궁경부에서 이형성 병변을 만들고 생식기와 항문에서 곤지름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HPV가 곤지름 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의 원인이라는 점을 유념하고 무엇을 치료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 상당수의 환자가 곤지름 제거 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외과적 절제, 전기소작, 레이저, 냉동 응고 등의 물리적인 치료나 외용약(녹이는 약물) 등을 사용한다. 이는 병변만 제거하면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경향으로 보인다. 물론 양성종양을 떼어내는 일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제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출혈과 통증을 고려해야 하고 심할 경우, 반흔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곤지름을 애써 제거한 뒤에도 증상이 재발하고 오히려 번지는 사례도 있다는 것을 유의하자.

그렇다면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고 민감한 부위에 생긴 곤지름을 제거했는데 증상이 재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곤지름의 발생 원인인 바이러스를 몸속에 남겨둔 채, 눈에 보이는 곤지름만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원인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증상을 만들게 된다.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곳을 지켜내자

가끔 HPV 질환 치료에 ‘면역’이 중요하다는 말에 일부는 면역 증강에 좋은 건강보조식품, 유산균, 민간요법까지 시도하곤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곤지름이 사라지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질환의 핵심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임을 기억하자.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형성되면 곤지름을 제거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체내 면역시스템을 강화하고, 면역세포와 항체의 움직임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곤지름을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학적 면역치료의 핵심은 신체의 면역시스템이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바이러스)을 탐지하고 스스로 공격해서 소멸하도록 돕는 데 있다. 환자 개개인의 면역적 특성과 생활 패턴, 체내 환경 진단을 바탕으로 ‘내 몸’에 적합한 면역치료가 시행되어야 한다. 애써 제거한 뒤에도 병이 재발하는 이유를 알았다면, 소중한 신체를 보존하면서 질환의 원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소멸하는 치료에 집중하길 권장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은 원장 (한의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