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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수술 후에도 지속되는 ‘항문 가려움’, 원인과 해결 방법은?

입력 2022.02.02 15:00
  • 임은교·청아한의원 한의사

항문과 항문 주위 피부는 다른 부위보다 얇고 연약하며, 신경 또한 많이 분포하고 있어 예민하다. 이곳에 가려움증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치질 증상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치질은 항문소양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며, 변비처럼 딱딱한 대변을 보거나 힘을 많이 주는 배변 습관에 의해 발생하기 쉽다. 치질 증상으로는 항문의 피부가 늘어져 나올 수 있으며 항문과 그 주변의 통증, 가려움증이 동반될 수 있다.

항문과 항문 주위 피부는 다른 부위보다 얇고 연약하며, 신경 또한 많이 분포하고 있어 예민하다항문과 항문 주위 피부는 다른 부위보다 얇고 연약하며, 신경 또한 많이 분포하고 있어 예민하다


반면, 치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항문에 가려움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치핵이 튀어나온 정도나 치질이 심한 정도에 따라 가려움증 또한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치핵 연고나 치핵 절제 수술 등으로 치질을 치료한 이후에도 항문 가려움증이 지속하여 고생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치질을 치료한 후에도 항문소양증이 지속한다면 치질 자체는 치료가 되었지만, 항문소양증을 유발한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배변 상태가 좋지 않고 항문 피부가 지속해서 자극되는 상태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변비 또는 설사, 잔변감이 있거나 자주 대변을 보면 치질 치료 후에도 가려움증이 지속할 수 있다.


치질 후 항문 가려움이 지속되는 이유
먼저 ‘변비나 설사’ 때문에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대변의 형태 자체가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무르면 그 자체로 항문 피부를 자극한다. 특히 대변을 자주 보지 못하고 대변을 볼 때마다 딱딱한 경우 대변을 보면서 항문이 살짝 찢어지는 치열이 발생하여 가려움증을 자극한다. 항문이 찢어져 통증이 생기면 항문 괄약근이 자연적으로 수축하는데, 이에 따라 대변이 나올 때 더 찢어지기 쉬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반대로 대변을 항상 무르게 보아도 항문 피부가 자극될 수 있다. 설사 형태의 대변은 대체로 건강한 상태일 때보다 대변에 산(酸)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대변이 항문을 통과하는 속도 또한 빨라 항문에 열감을 일으킨다. 변비나 설사가 반복되면 아무리 항문 피부 자체나 치질을 치료해도 항문의 피부가 지속해서 자극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항문소양증이 낫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운동 부족이나 여행, 과도한 긴장과 같은 일시적인 요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변비 또는 설사가 지속하는 경우에는 어떤 원인에 의해 반복적으로 대변의 형태가 좋지 않은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치질 후 항문 가려움 지속하는 두 번째 이유는 ‘잔변감’ 때문이다. 잔변감은 대변을 딱딱하게 보거나 설사할 때도 발생하지만 대변의 형태가 건강해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변이 가늘고 힘이 없이 나오면 대변을 봐도 덜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후중감과 잔변감이 있으면 대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변기에 오래 앉아 여러 차례 힘을 주는 배변습관으로 이어지기 쉽다. 잔변감 자체는 항문소양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잔변감으로 인해 변화된 배변습관은 충분히 항문 피부를 자극하고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도 대변에 힘이 없고 잔변감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피로 때문이다. 유독 아침에 얼굴이나 몸이 부어있고 일어나기 힘들어하거나 만성 피로로 온종일 무기력하고 멍한 생활이 계속되면 대변에도 힘이 없고 시원하지 않다. 변비나 설사와 마찬가지로 잔변감이 지속하면 치질을 치료하거나 항문 피부를 관리해도 항문소양증이 지속할 수 있다. 더불어 피로가 잔변감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잘 부어있거나 잠이 잘 깨지 않고 피곤한 증상을 치료해야 잔변감이 완화되고 항문소양증 또한 호전된다.


잦은 배변 때문에도 항문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잦은 배변 때문에도 항문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배변 횟수 설사도 아니고 잔변감이 없는데도 ‘잦은 배변’을 하면 항문 피부가 자극되어 가려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했거나 식사량이 많다면 하루에 두세 차례 대변을 보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대변을 자주 보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긴장이 풀리지 않으면 배가 자주 아프거나 조금만 대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들어도 금방 화장실에 가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자주 대변을 볼 뿐만 아니라 대변을 본 후에도 과도하게 닦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 항문 피부가 자극되고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이런 경우 꼭 배탈이 나지 않아도 방귀를 많이 뀌거나 아랫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이를 배출하기 위해 대변을 인위적으로 자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이나 유산균을 섭취했을 때 오히려 더 가스가 차서 불편해하거나 배변 횟수가 늘면서 가려움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시험 기간, 면접 또는 발표 전과 같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긴장을 잘 풀지 못해 자주 가스가 차거나 대변을 자주 본다면 긴장된 몸을 이완시켜주고, 특히 가스가 차지 않도록 하복부의 긴장을 푸는 것이 항문 가려움증 해결에도 중요하다.

피부 가려움증은 신체 어느 부위에든 발생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항문 주변은 부끄러운 마음에 간지러움이 나타나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기 꺼리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치료해도 잘 낫지 않아 방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항문소양증이나 항문 주변의 피부가 가려운 증상이 오랜 기간 지속하면, 여성은 질 주변부나 외음부, 남성은 회음부와 고환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피부 손상이 악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임은교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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