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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중앙부가 붉어지고 따갑다면? ‘주사’ 질환 의심해 봐야

입력 2022.03.01 10:30
  • 김우진·진피부과의원 전문의

얼굴이 땅기면서 화끈거리고 붉어질 때 가장 먼저 의심되는 질환은 홍조 또는 지루 피부염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진료해 보면 ‘주사(Rosacea)’라는 질환인 경우가 있습니다. 주사라고 진단하면 피부 질환 중에 그런 것도 있냐며 낯설어 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주사는 얼굴 중앙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따가움과 화끈거림이 동반된다주사는 얼굴 중앙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따가움과 화끈거림이 동반된다


얼굴 중앙부에 나타나는 ‘주사’, 발생 원인과 양상은?
주사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명확히 한 가지로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상생활 속 피부를 붉어지게 하는 다양한 자극과 외부의 악화인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봅니다. ▲자외선 노출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온도 차이 ▲과도한 음주 ▲자극적인 음식 섭취 ▲카페인 음료 과용을 비롯해서 뜨거운 열에 노출되는 상황, 다량의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도 주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실 주사는 비교적 흔한 ‘만성염증성 피부질환’입니다. 피부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서 나타나며, 일시적인 홍조나 지속적인 홍반 증세가 관찰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안면홍조에서 주사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면홍조가 주로 양 뺨 전체에 발생하는 증상이라면 주사는 안면 중심부를 침범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주사가 나타나면 돌출된 부위인 코 주변부와 뺨 앞쪽, 이마, 턱 등의 얼굴 중앙 부위가 붉어지고 심하면 ‘딸기코’가 되기도 합니다. 피부가 붉게 변하는 ▲홍반이나 ▲구진(고름이 없고 지름이 5mm 이하인 작고 딱딱한 덩어리), ▲농포(몸의 일부분에 약간 돋아 오르는 발진) ▲고름물집 ▲반복적인 홍조 ▲모세혈관 확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사 환자 중 상당수는 피부의 보호막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알레르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사 발생 유형 4가지, 홍반부터 안구 증상까지
1) 홍반 혈관확장형
홍반 혈관확장형 주사는 다양한 자극에 의해 혈관이 늘어나는 유형으로 술을 마신 것처럼 홍조를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얼굴이 빠르게 붉어지면서 열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나고 따가움과 화끈거림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만성으로 진행하면 홍반이 오래 지속되고, 안면홍조가 악화되면 항상 붉은 상태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심하면 실핏줄이 늘어나서 피부 겉으로 혈관이 드러나 보이기도 합니다.

2) 구진 고름물집형(융기 여드름형)
모세혈관 확장이 심해지면 여드름처럼 튀어나온 구진과 고름, 농포와 같은 뾰루지가 얼굴 중심부에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피부의 혈관이 늘어나 있는 상태여서 기본적으로 붉은 상태를 보이며 안면홍조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또, 발적과 융기가 지속되면서 모공이 두드러지게 확장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여드름과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탓에 주사임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둘은 치료방법이 다르므로 전문의를 통해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딸기코형
자극을 통해 쉽게 늘어난 혈관이 다시 줄어들지 않고 지속해서 유지되면, 피부가 불규칙하게 두꺼워지며 피부 조직이 과잉 증식됩니다. 이 과정에서 ‘비류성 변화’가 나타나고 코의 형태가 변하는데 이를 흔히 딸기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코뿐만 아니라 코 주변 조직까지 울퉁불퉁하거나 비대해지기도 하며 모공 확장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중년 이후 남성에게 심하게 유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4) 안(眼) 주사
‘안 주사’는 피부 속 혈관 확장 상태가 눈을 침범한 상태를 말합니다. 눈에 있는 혈관에까지 염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얼굴뿐만 아니라 눈도 붉게 충혈되고 가렵거나 따끔거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눈과 눈꺼풀 및 눈 주변 피부의 발적으로, 눈 밑 부분은 하얀데 가장자리는 빨간 경우가 많습니다. 피부에 별다른 병변은 없고 눈에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안 주사가 생기면 눈꺼풀염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다래끼나 공막염, 결막염, 홍채염, 각막염, 포도막염과 같은 안구 질환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주사를 인지하지 못한 채 안구 증상을 치료하는 데만 집중하면 증상이 악화하면서 시력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드문 경우지만, 실명까지 유발한다는 사실도 참고해야겠습니다.


비류성 변화로 나타나는 일명 딸기코 증상. 중년 남성에게 잦은 편이다비류성 변화로 나타나는 일명 딸기코 증상. 중년 남성에게 잦은 편이다


주사 치료 방법, 생활 속에서 주의할 점은?
주사는 자연 치유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치료의 중점은 이미 늘어난 혈관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지나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바르는 국소도포제와 약물 복용을 꼽을 수 있으며, 붉음증 완화를 위한 혈관 레이저를 낮은 강도로 시행하거나 손상된 피부를 회복하는 스킨케어 등도 많이 활용되는 치료법입니다. 호르몬 불균형이 있다면 치료 기간이 비교적 더 오래 소요될 수 있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증상을 인지했다면 적극적으로 조기에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사 환자의 피부는 민감합니다. 악화인자에 노출되면 혈관 조절에 기능 이상이 나타나면서 피부 장벽이 쉽게 손상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은 가급적 피하고, 무향료·무방부제의 보습제와 화학 성분이 적은 자외선 차단제, 계면 활성제나 유화제가 적은 세정제 등을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홍반과 열감이 있다고 얼음찜질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 통해 열이 내려가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되어 보일 수 있지만, 피부와 신경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행동이라는 점을 유의해야겠습니다.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본인의 피부 특성 및 민감도를 점검하고 질환의 양상을 고려하면서 치료하시기 바랍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우진 원장 (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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