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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자궁절제술의 흔한 원인, '자궁근종'에 대하여

입력 2022.03.17 09:45
  • 이정렬·안산부인과의원 전문의

진료실에서 자주 접하는 질환 중에 소위 ‘자궁물혹’이라고 하는 근종이 있다. 지난 20여 년간 산부인과 전문의로 이 질환을 치료하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자궁근종은 가임 여성 10명 중 3~4명에서 발견될 정도로 매우 흔한 자궁 혹이다. 다행인 것은 암이 거의 생기지 않는 양성종양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궁제거 수술의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자궁근종이다. 암도 아닌데 왜 그토록 자궁절제술이 많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자궁근종은 가임 여성 10명 중 3~4명에서 발견될 정도로 매우 흔한 자궁 혹이다자궁근종은 가임 여성 10명 중 3~4명에서 발견될 정도로 매우 흔한 자궁 혹이다


상당 부분은 안타깝게도 자궁의 주인 탓이 크다. 보통 검진 시에 근종이 있다는 말을 듣고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덧 많이 커버린 근종 때문에 결국 자궁을 제거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특히 근종의 위치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그 크기가 작더라도 월경 중 하혈을 동반하므로 결국 체내 유효 혈액량이 부족해지는 빈혈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근종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빈혈의 원인이 자궁근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 빈혈은 심장을 포함한 여러 주요 장기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근종처럼 국소적인 장기에 생기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검진을 통해 무증상의 자궁근종이 발견되었다면 전문의와 상의하고 정기적으로 상태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근종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거나 월경량이 많아지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근종을 치료하여 자궁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궁근종의 치료법
약물치료는 주로 호르몬제를 사용하는데, 이는 근종을 치료한다기보다는 근종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근종으로 인한 월경량 증가를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호르몬 요법에도 불구하고 근종이 커지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만일 근종을 가진 여성이 근시일 내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시적인 호르몬요법을 통해서 월경량을 조절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수년 내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의 경우에는 호르몬요법만으로 근종 성장을 억제시키는데 한계가 있고 결국 근종이 커져 자궁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야 한다.

수술적 치료에는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근종절제술과 자궁절제술이 있다. 일반적으로 근종절제술이 자궁절제술에 비해 간단한 수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근종절제술은 자궁을 절개해서 혹을 제거해야 하므로 출혈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오히려 자궁절제술이 출혈량도 더 적고 위험성이 낮은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이처럼 수술이 필요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신마취와 절개 등을 하지 않고 근종을 치료하는 방식을 '자궁보존 근종 치료법'이라 한다전신마취와 절개 등을 하지 않고 근종을 치료하는 방식을 '자궁보존 근종 치료법'이라 한다


그렇다면 약물치료와 복강경 수술의 중간에 위치하는 치료법은 없을까? 즉, 부담스러운 전신마취와 절개 등을 하지 않고도 근종을 치료하여 자궁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방법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이러한 치료법들을 통칭하여 자궁보존 근종 치료법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궁보존 근종 치료법으로는 고주파절제술(RFA), 하이푸(HIFU), 자궁동맥 색전술(UAE) 등이 있다. 고주파 절제술은 산부인과에서, 자궁동맥 색전술은 영상의학과에서 시행하며, 하이푸는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그리고 일부 외과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이중 추천하는 것은 고주파절제술(RFA)이다. 일종의 열치료술이며 근종용해술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고주파 절제술은 초음파를 보면서 고주파에너지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근종을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특히 출혈을 일으키는 근종에서 매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치료 시에 마취가 필요 없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경질초음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오로지 산부인과 전문의만이 시행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종이 발견되면 무증상이라 하더라도 정기적인 초음파검사를 통해 혹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만약 크기가 커지거나 월경과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능한 한 일찍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점을 기억한다면 건강한 자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정렬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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