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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자살충동 부르는 피부병…‘청소년 아토피’의 특징과 악화요인

입력 2023.03.13 11:30
  • 이윤승·HiDoc 한의사

하이닥 의학기자 이윤승 원장ㅣ출처: 하이닥하이닥 의학기자 이윤승 원장ㅣ출처: 하이닥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저널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 아토피 환자의 23.5%는 자살충동을 경험할 정도로 고통을 겪는다. 실제로 아토피 증상이 악화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소년 사례가 보도된 바 있어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안타까운 점은 청소년기 아토피는 소아 아토피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고 무분별한 식이요법이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능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아 아토피와 비슷하게 생각하거나 극단적인 식단 제한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식단조절로 조금이라도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호전된다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거나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청소년기 아토피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무분별한 식이요법을 지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기 아토피피부염의 특징 ①
만 12세 전 소아기에 아토피가 있으면 ‘아직 어려서 면역계가 미성숙하니 크면서 점차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면역계 또한 성숙하면서 아토피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아토피가 시작되었거나 소아기에 심하지 않았던 아토피가 점차 악화되었다면 소아 아토피와는 다르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 아토피의 첫 번째 특징은 바로 면역계가 단순히 미성숙해서, 아직 어려서 생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아 아토피보다는 성인 아토피와 비슷하게 접근을 해야 하며, 단순히 면역력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아토피피부염 치료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면역기능을 저하시킨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찾고 그에 초점을 맞춰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기 아토피피부염의 특징 ②
청소년기 아토피의 두 번째 특징은 주로 얼굴이나 목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부위에 증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팔다리 접히는 부위나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아토피가 있으면 긴팔이나 긴바지를 입어서라도 가릴 수 있겠지만 청소년기부터는 가리고 다니기 어려운 부위에 주로 아토피가 발생한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교복 치마를 입을 때 아토피를 가리는 법, 얼굴 아토피 증상을 가리는 법에 대해 질문하는 청소년기 아토피 환자를 상당수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으로 인해 항상 얼굴 피부가 붉거나 각질이 일어나고 눈썹이 빠지는 등 얼굴 생김새가 달라 보일 정도가 되면 사춘기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매우 쉽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우울증, 불안장애, 대인기피증, 불면증까지 생길 수 있어 치료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기 아토피피부염의 특징 ③
청소년기 아토피피부염의 세 번째 특징은 소아기 때보다 중증도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즉, 아토피가 심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소아 아토피는 주로 음식이나 계절, 새집 등 특정 환경이나 조건에 의해서 증상이 악화되나 평상시에는 피부에 오돌토돌한 발진과 건조한 증상, 긁은 상처가 약간 보이는 정도로 그치기도 한다.

진물이 날 정도로 심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손톱을 잘 깎지 않거나 손을 깨끗이 씻지 않은 상태에서, 즉 위생관리가 잘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부를 긁다 보니 이차감염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청소년기로 접어들면 이차감염보다도 아토피의 중증도 자체가 악화되어서 각질이 많아지고 진물이 나고, 피부가 붉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격적으로 가려워서 수면이 방해되기도 하고 피부의 태선화, 색소침착과 같은 피부 변형이 더 두드러지기도 한다.


사춘기 학생들은 아토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ㅣ출처: 클립아트코리아사춘기 학생들은 아토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ㅣ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청소년기 아토피 악화 요인에 대한 오해 ①
청소년기에 아토피가 시작되거나 악화되면 대부분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먹거나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를 먹는 빈도가 늘어서 아토피가 심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이 바로 식이요법, 즉 식단을 관리하는 일이다. 밀가루나 인스턴트 끊는 정도의 가벼운 식단관리부터 저히스타민 식단, 채식주의에 가까운 강도 높은 식단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토피에 안 좋은 음식을 피하고 아토피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도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일시적이고 조금만 해이해져도 아토피가 재발하거나 애초에 식단관리를 해도 호전반응이 별로 없어서 걱정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식단관리가 도움이 되더라도 한창 식욕이 좋은 아이들은 원하는 대로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부모의 입장에서도 먹고 싶은 대로 먹었다가 벅벅 긁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조언을 하다가 가족간의 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토피 치료 과정에서 식단관리는 ‘직접적인 치료수단’이 아니라 ‘이미 과민해진 면역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부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관리’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불필요한 식단 관리로 스트레스를 받아 아토피가 더 악화되는 일만큼은 방지해야 한다.

청소년기 아토피 악화 요인에 대한 오해 ②
두 번째로 고려하는 청소년기 아토피 악화 요인은 ‘학업스트레스 또는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거나 활동량을 늘려 활기를 주는 것은 좋지만 일부러 땀을 무리해서 내거나 몸에 열이 잘 식지 않을 정도로 운동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특히 아토피는 땀이 나면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본인 상태에 맞지 않는 운동은 오히려 이차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기에 ‘체력 떨어지면서 아토피 심해진 것 같다’고 호소하는 학생들 중에서는 운동부족이나 체력문제가 아닌, 수면장애로 인해 아토피가 악화된 경우가 많다.

보통 수면장애라고 하면 극심한 불면증을 많이 떠올리는데,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정도만으로도 청소년기에 아토피가 시작되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전과 비슷한 양을 자는데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거나 선잠을 잔 것처럼, 즉 6~7시간을 잤는데도 2~3시간밖에 못 잔 것처럼 피곤해하는 경우, 잠 드는 데에 2~30분 이상 걸리는 경우에도 수면장애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이것이 청소년기 아토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강조컨대 청소년기 아토피는 단순히 좋지 않은 식습관이나 운동부족, 체력저하 자체가 아토피의 발생 및 악화요인은 아니다. 청소년기 아토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몸 상태를 정확히 분석하여 원인에 맞는 치료가 아토피로부터 벗어나는 지름길이 된다는 점을 꼭 명심하여 무분별한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피해야 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윤승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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