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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는 발뿐만 아니라 손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입력 2023.12.06 08:00
  • 박정민·혜민병원 전문의
하이닥 의학기자 박정민 원장ㅣ출처: 하이닥하이닥 의학기자 박정민 원장ㅣ출처: 하이닥
통증은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패와도 같은 기능을 하는 매우 중요한 감각이다. 몸의 이상을 빨리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들은 합병증이 진행될수록 발에 심한 감염이나 상처가 있어도 통증을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상처나 감염으로 인한 통증은 잘 못 느끼지만, 말초 신경의 전체적인 손상으로 인한 하지 저림이나 이상 감각을 느낀다. 이런 환자들은 매우 심한 당뇨발 상태로, 특별한 마취 없이 수술해도 모를 정도로 통증 감각에 둔감하다. 그래서 심한 상처나 감염이 진행되도록 모르고 있다가 악화된 이후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당뇨 환자의 합병증 중 혈관병증이 심하게 진행된 환자들의 경우에는 허혈성 통증으로 인해 작은 상처에도 일반인의 몇 배가량 심한 통증을 느낀다. 당뇨병성 혈관병증은 매우 무서운 합병증이다. 전신의 혈관이 망가지면서 뇌의 혈관부터 눈, 심장, 신장, 성기, 하지 혈관 등에 이르기까지 전신의 혈관을 침범하여 혈액순환부전을 일으킨다. 이러한 혈관의 손상은 각 장기에서 질병을 일으키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투석 환자들에게 보이는 증상들이다. 투석 환자들의 손과 발에는 매우 심한 통증이 종종 관찰된다. 특히, 별로 심하지 않게 보이는 손의 작은 상처에도 매우 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괴사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당뇨손이라고 부른다.

당뇨발 환자들은 불행 중 다행으로 감염과 상처가 있는 부위에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당뇨손 환자는 매우 극심한 허혈성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상지의 말초신경이 하지의 말초신경만큼 손상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투석을 시행하는 팔의 경우 기존에 있는 혈관 하나를 투석 혈관으로 돌려 사용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더 심한 혈관병증의 상태가 진행된다. 신경은 어느 정도 살아있지만, 혈관이 매우 심하게 망가지면서 허혈성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혈액순환부전이 매우 심한 손은 수근관 증후군이나 기타 건·인대 질환 등이 잘 나타나며,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수술적 처치를 시행해도 다른 일반 환자들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하며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조절되지 않는 통증이다. 작은 상처에도 통증이 매우 심하며, 그러한 상처에서 발생된 작은 불씨가 커지면서 손가락과 손의 괴사로 진행되기도 한다.

따라서 당뇨 환자 중 투석 등으로 인해 상지에 심한 허혈성 혈관병증이 진행되어 있는 경우 작은 상처라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즉시 전문 의료기관인 당뇨 센터 또는 당뇨발 센터에서 상처의 양상을 관찰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일단 한번 심하게 진행된 괴사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손톱으로 인한 작은 상처나 손톱 주위 피부가 건조해 발생하는 거스러미 등의 피부 일어남은 상처와 감염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이러한 부분들까지 매우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잘 관리해야 한다. 아무리 조그마한 상처가 발생하더라도 가볍게 보지 말고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뇨발만큼이나 당뇨손도 관리가 필요한 질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박정민 원장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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