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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닥 의학기자 고창현 원장ㅣ출처: 하이닥

무리한 다이어트는 무월경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비만 역시 생리불순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생리불순과 비만·다이어트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려면, 우리 몸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우리 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만은 왜 생리불순의 원인이 되는지, 더 나아가 생리불순이 생겼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비만은 왜 생리불순의 원인이 될까?
체중이 증가하면 신체 시스템에 변화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여성에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배란 장애(생리불순)입니다.

여성의 몸에는 '에스트로겐'이라고 하는 여성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는 우리 몸에 명령을 내려 배란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임신을 하면 분비가 많아져 임신 상태에 맞게 생리주기를 조절하는 것도 에스트로겐의 역할입니다. 이처럼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몸을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신체에 지방이 과도해지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적당한 지방은 여성 신체에 꼭 필요하지만, 그 양이 과도해지면 여성호르몬도 과하게 분비됩니다. 호르몬이 많아지면 우리 몸은 '왜 호르몬이 많아졌지? 임신했나?'라고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신체 시스템상 더 이상 배란의 필요를 못 느껴 생리를 멈춥니다. 비만에 의해 생리불순이 발생하는 과정입니다.

'몸이 그렇게 간단하게 작동할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실 앞서 설명한 부분은 극히 제한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히 설명하려면 인슐린, 렙틴, 코르티솔 등 다양한 호르몬의 복잡한 관계를 살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성호르몬'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하였으며, 이를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비만과 생리불순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리불순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리불순은 호르몬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경구 피임약 등으로 호르몬 주기와 분비량을 조절하는 치료를 받습니다. 다만, 비만 환자에서 나타나는 생리불순의 원인에는 '호르몬 분비'도 있지만, '지방 세포'라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호르몬 주기를 조절하더라도 지방 세포를 줄이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물론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으로 치료를 이어가도 됩니다. 다만 이 경우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기에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좋습니다. 체중과 체지방이 적정 수준으로 돌아오면 호르몬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생리불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잘 알려진 원푸드 다이어트, 절식 다이어트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은 영양장애를 유발하고, 신체 균형을 망가뜨립니다. 또, 극단적인 다이어트 역시 생리불순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다이어트를 하길 권장합니다.

'다이어트는 야채나 닭가슴살만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요. 주 3회 먹던 야식을 주 1~2회로 줄이고, 일반식을 먹을 때 밥을 한두 숟갈씩 줄여 나가는 작은 변화로도 충분합니다. 이 습관만 지켜나가도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0.5~1kg 정도는 빠질 것이며, 한 달을 지속한다면 2~4kg 감량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생리불순이 나타난 경우 다이어트 시 호르몬 균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요. 만약 혼자서 식단·호르몬 균형 등을 모두 챙기기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나 주의할 점은, 생리불순의 원인이 비만이 아닌데도 임의로 원인을 단정 짓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몸은 복잡한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비만한 상태에서 생리불순이 생겼다고 '생리불순의 원인이 비만이다'라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면 안 됩니다.

섣부른 판단은 심각한 질환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비만으로 생리불순이 발생한 줄 알았는데, 진단을 통해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다른 질환을 발견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생리불순의 원인으로 비만을 진단받은 분들에 한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되며, 의심만 되는 단계라면 의료기관의 상담을 받는 것이 먼저입니다. 증상을 임의로 판단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고창현 원장(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