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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눈 이야기 ⑩ '자중지란' 포도막염

입력 2024.05.10 13:00
  • 정신영·하이닥 건강의학기자

하이닥은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 유형곤 원장과 함께 망막변성으로 인한 실명 예방 문제뿐 아니라, 백세시대 건강하게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매주 소개합니다.

안과 전문의 유형곤 원장ㅣ출처: 하이닥안과 전문의 유형곤 원장ㅣ출처: 하이닥


흔히 눈 속을 우주와 비교하곤 합니다. 광활한 우주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작아 보이는 눈도 그 속에 우리 몸을 이루는 신경, 혈관, 분비샘, 심지어 근육까지 모든 종류의 세포가 있습니다. 따라서 백내장이나 망막 수술은 우주처럼 복잡한 눈 속에 생긴 병을 고치는 섬세한 작업입니다.

실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눈 수술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한 성찰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자중지란(自中之亂)' 포도막염 

몸의 조직이 면역세포에 공격당해서 파괴되는 과정이 염증이다. 염증이 일어나면 조직이 발갛게 붓고 통증이 발생하면서 망가진다. 포도막염은 눈 안에서 발생하는 염증 질환을 말한다. 그런데 염증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내인성 포도막염'이 대부분이다. '자중지란', 즉, 병의 원인이 우리 몸 내부에 있는 것이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하다'라는 격언처럼 포도막염도 내인성 포도막염이 더 위험하다. 외부 자극이나 세균에 의한 외인성 포도막염은 비교적 시작이 명확하고 이러한 원인이 사라지고 염증이 가라앉으면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내인성 포도막염은 서서히 시작되어 처음에는 포도막염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번 발생하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재발을 반복하면서 눈이 망가질 때까지 염증이 지속된다. 다시 말해서 내인성 포도막염은 처음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이미 심해지고 나면 치료도 어렵게 된다.

고대 중국의 유명한 역사가인 사마천이 쓴 '사기‘에 고조선의 멸망 과정을 묘사한 대목이 나온다. 고조선의 국력은 한나라 못지않았지만 내부 지배층의 갈등, 즉, 자중지란에 의해서 무너졌다고 했다. 신라, 고려, 그리고 조선의 멸망도 내부의 적을 잘 해결하지 못한 결과였다. 내인성 포도막염도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눈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염증이 생긴 눈은 재발이 잘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자중지란' 자체는 어쩌면 그리 놀랍거나 새로워 할 일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를 인지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글 = 유형곤 원장(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하늘안과 망막센터장)

[한국망막변성협회 '유형곤의 시투게더(Seetogether, Sitogether)'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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