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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불안때문인지 의지박약때문인지...

- 상담내용 :
  ADHD로 충돌은 있었지만 고등학교까지의 구속은 견뎌내며 나름 자부심도있던 딸아이가, 대학의 자율에 맡겨지면서 학교에 흥미를 잃고 새벽까지 컴퓨터,드라마,만화만 봅니다.  공부안해도 잘한다는말을듣던 고등학교까지와는달리 대강해도 성과가 없고 수업도 늦고 과제도 안하다보니 이젠 해도 소용없단생각에 수업도 가지않습니다. 본인도 잘못됨을 아는지(폐인될까 걱정하더군요.)꼭 깨워달라하면서도 새벽에자고는 결국 못일어납니다.일찍자라하거나 깨우면 엄청나게 반발하며 오지말라하고요.(집이 지방이라 대학앞에 혼자 자취하고있습니다.) 전공이 맘에안든다하여 전과나 복수전공을 권해도 무조건 거부합니다. 
 최근에 검사하니 adhd는 많이 줄었지만 그동안 혼나고 상처받은것들로인해 불안과 분노가 있다고 합니다.  부모교육과 딸의 심리상담을 권유받았습니다. 딸아이는 상담은 받고싶다하는데 자신에대해 생각하거나 노력할 의지는 없어보입니다. .불안이 치유되면 의욕도 생기고 자제하려는 노력도 생길까요?  가족의 충고나 권유는 무조건 간섭이라며 반발하는 것도 불안때문일까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병때문이니 지금의 무절제함을 부모가 이해하라는 의도가 느껴져서 혼란스럽습니다. 기본적인 생활노력도 다미루고 귀찮다고 안하는걸 간섭말고 이해하라하니요....
  특히 가족이 깨우거나 통제하면 안일어나고 반발하면서 다른사람이하면 일어나고 잘 듣습니다. 가족에대한 반발인지 아니면 대인관계의 상처를 두려워해서 남에게 잘보이고싶은 때문인지 맘이 아픕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꼭 하고싶은일이 있으면 제가 깨워도 무리없이 일어나는걸 보면 또 혼란스럽고요.
  심리적인 불안으로 노력이나 제재에 반발하는거라면 상처치유되도록 감싸고 이해하며 일체의 통제를 삼가하고 기다려야하겠지요?  혹 의지가없이 귀찮은것 피하고 편한것만을 위해 반발하고 피하려는 면는 없는걸까요? 그런경우라면 싫고 반발하더라도 떨어져있지말고 같이지내며 자제하도록 도와야할까요? 마음이 치유될때까지 진로상담이나 학교생활등 현실적으로 본인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들로 부담을 주지않아야 하는건지 무엇이 딸을위해 가장 좋은 길인지 혼란스러워 도움을 구합니다. 특히 가족에대한 반발이 심한상태라 과연 함께지내면서 부딪치는게 나은건지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본인이 맘을 열때까지 이해의 노력만 하는것이 좋은지 모든결정에 자신이 없습니다.


answer Re: 불안때문인지 의지박약때문인지...
장홍석
장홍석 장홍석 하이닥 스코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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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이닥 정신과 상담의 장홍석입니다.

따님과의 관계에서 어떻게해야 좋을지 많이 혼란스럽다는 내용으로 이해하였습니다.

따님의 불안에 촛점을 맞추신 것 같습니다. 따님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수도 있고,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모와의 관계 또한 무의식적인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 조절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따님 스스로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불안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정신치료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상담을 권유받으신 것 같고요.

그런데, 부모와 자녀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불안도 영향을 끼치지만) 우선은 따님의 분노에 대해서 먼저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따님은 지금 화가 많이 나 있는 것이죠.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개인적 성장 과정에서 "자기 스스로가 인식한" 것에 기반하기 때문에 주변 가족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한 것을 "심리적 현실"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마다 주변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느끼고 감각하는 것이 다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쉽게 예를 들면 같은 영화를 보고서도 인상 깊었던 장면이 사람마다 다르고,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금 현재 단계에서는 권유받은 대로 따님은 따님 나름대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여정(정신치료)을 떠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예견하다시피 그러한 과정은 단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빠르면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 중에 항상 말과 행동이 일치하거나 호전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후퇴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행동이 나빠지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치료에서 도망을 가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부모의 입장에서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를 바라보는 자세로(대신 걸어주거나 빨리 걷게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때로는 격려와 칭찬으로 내부로부터 자신의 능력이 여물어져서 밖으로 표출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자세가 중요하겠습니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가 제대로 유지되려면 따님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또한 좌절된 부모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현재 화가 나고 불안한 사람은 따님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도 똑같이 그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담당 선생님께서 좀 더 완곡한 표현으로 '부모교육'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실제적으로 부모님께서도 상처받은 마음에 대해서 일시적으로 상담하고 지지받고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다시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고, 그런 혼란을 거치면서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아이와 부모가 같이 영향을 주고 받으면 성장하는 과정으로 묘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 좌절되고 잠재되었던 욕구와 욕망, 결핍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것이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 자신도 모르게 투영되고, 혼합되어서 상황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은 부모에게 매우 큰 실패와 좌절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인생이 통째로 실패한 것과 같은 억장이 무너지는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과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서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상적으로 이야기되는 아이와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인내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그리고 도움을 요청할 때 흔쾌히 도와줄 수 있는 태도와 행동은 그리 말 처럼 쉽지 않습니다. 부모도 자신 나름의 감정과 생각과 욕구와 욕망이 있는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무시하면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입니다. 아이를 전체로 통제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포기하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양쪽 모두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그 중간 어디쯤 아이도 부모도 서로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타협이 필요합니다.

제 답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본 답변은 참고용으로 의학적 판단이나 진료행위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