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이닥 정신과 상담의 장홍석 입니다.
답변이 좀 늦어졌네요.
이전에 질문하신 그 분 맞지요? 새롭게 일을 시작하게 되신다는 그리고 우울증 치료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네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 때, 대부분 낯설고, 익숙하지 못한 일을 할 때 받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익숙하지 못하니까 실수하고 긴장하는 것입니다. 님의 경우 자신의 잘못과 관련해서 그리고 특히 남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과 관련해서 매우 예민해져 있는 것 같네요.
남들의 비난에 앞서 님 스스로가 마음 속에서 자신을 비난하고 힐난하고 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내부로부터의 비난은 내가 어디로 가든 따라다니기 때문에 피할 수는 없죠. 벗어나는 방법은 그런 비난이 과연 공정한지, 나는 왜 항상 나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는지를 되짚어 보는 수밖에 없지요.
님의 경우 글에서 '살면서 단 한번 잘 된 일이 없는데...'라고 표현을 하고 계시지요?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요? 사람이 우울해지면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좋았던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쉽게 활성화되고 더 쉽게 나온다고 하지요.
그래서 우울할 때는 님처럼 자살을 생각하기 쉽고, 그것이 유일한 출구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생각의 협소화라고 하여 생각이 좁아지는 현상을 경험합니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 처럼요. 왜 사람이 당황하면 알던 것도 까먹고, 말도 더듬게 되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자꾸 자살에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자살을 예방하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답답하여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한테 주어진 지금보다는 나은 어쩌면 행복해 질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우울하고, 불안해져 있기 때문에 나에게만 맹점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죠.
어릴 때 소풍가서 혹시 보물찾기 해 보셨습니까? 그것이 사람에 따라 눈에 잘 띄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지요. 없어서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님의 경우 지금 많이 어렵겠습니다. 안그래도 우울한데 새로운 일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힘들고 어려운 것 맞습니다. 지금 우울증 약을 열심히 복용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리지만, 그렇다고 해도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것과 관련된 어려움을 약이 줄여줄 수는 없습니다. 자전거 배우는 것 처럼은 이것은 넘어지면서, 무릎이 어느정도 까져야지 제대로 중심을 잡고 설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일입니다.
일은 사람에 따라 적응에 필요한 시간이 다릅니다. 그러니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고 버텨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 되지 않으면 일을 관두는 자유는 님 스스로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님 자신의 생명에 대해서는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시면서, 어찌 그것보다 단순한 일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이 님에게 없겠습니까? 뭐든지 남에게 큰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님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와 선택권이 님에게 있지요. 문제는 님이 스스로 그것을 자각하거나, 뭔가 님을 옥죄는 속박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와지고, 님의 모습에 스스로 다소간이나마 편안해질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제 환자가 만약 님처럼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면, 저는 제 환자에게 좀 더 자주 병원에 방문하여 상담을 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럴 경우 대부분이 회사나 직장에서 눈치 보이는데 어떻게 더 자주 나오냐고 반응은 보이시지요. 그러면 제가 그럽니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싫더라도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회사에서 짤리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그정도는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짤릴까봐 겁내면서, 너무 힘들어서 곧 죽을 것 같고, 자살을 꿈꾸는 사람에게 회사에서의 속박이 자신이 어찌할 수가 없는 그런 것은 아니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입니다.
님도 님의 주치의와 가능하다면 좀 더 면담의 횟수를 늘려서 현재의 어려움에 대해서 의논을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문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