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이닥 신경과 상담의 이지훈 입니다.
1. 섬망을 오래 두면 치매가 된다?
-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입니다. 섬망이나 치매 모두 '질환' 이 아닌 '상황' 혹은 '현상' 입니다. 섬망이나 치매를 일으킬 '원인' 이 따로 존재한다는 뜻이지요. 일반적으로 이러한 원인이 일시적일때, 혹은 교정 뒤 증상이 사라졌을 때를 '섬망'으로 분류할 수 있고, 다른 말로 '일시적 치매 증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치매'는 장기적인 증상 지속상태를 언급하는 것이 섬망과 차이가 있을 뿐, 치매 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수 많은 다른 원인들에 대해서 각기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며병이 치매의 비가역적인 원인이 되지요.
즉, 섬망이 오래 되면 그 상태를 '치매' 상태라고 다르게 부를 수 있을 뿐이지, '섬망' 이라는 병을 오래 두면 '치매' 라는 새로운 병이 시작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며, 따라서 조급한 관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섬망상태'를 지속시키는 현 상황의 원인이 무엇이 있을까, 비 약물적인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 상담을 받아보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섬망상태를 오로지 '빨리' 개선하기위해 '섬망 잡는 약' 등의 약물치료에만 의존하게 되면 불필요한 약물이 갑작스레 많이 투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 약물적인 교정 요인들에 대해서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가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2. 약물 유발성 섬망의 가능성
- 일반적으로 섬망 증상을 치료 하기 위해서 쿼티아핀이나 다른 항 정신성 약물들이 사용되곤 하는데, 고령의 경우 오히려 이러한 약물들이 자체적으로 지남력을 더 떨어뜨리는 증 섬망증상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언급하신 것 처럼 인지기능 저하를 보일수도 있지요. 이것이 기존 섬망 증상의 악화인지 (약물 증량이 더 필요한) 혹은 약물의 단기 부작용인지 (약물 중단 혹은 감량이 필요한)를 구분하는 것인 항상 쉽지가 않곤 합니다.
약물 유발 섬망증상이나 인지기능 저하의 가능성에 대해 판단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적 연관성'입니다. 만일 쿼티아핀을 증량하고 나서 바로 당일 혹은 익일부터 갑작스런 상태 악화가 발생하였다면, 이것은 약물 유발 증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확인하는 방법은 불필요한 약물을 감량 혹은 중단해보고 다시 증상이 회복되는지를 재차 확인하는 것 입니다. 이러한 수고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상황을 섣불리 기존 섬망증상의 악화로만 여기게 되어 재차 약물을 증량하게 되고, 이러한 불필요한 약물 과량 투여의 부작용으로 고생하시는 분 들이 많습니다.
상황을 단정지을 순 없지만, 이러한 약물 유발 섬망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 보셔야 할 듯 하며 그러한 점에 대해서는 약물을 처방한 주치의 선생님이나, 혹은 치매 담당 신경과 전문의 선생님의 진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약물 복용의 적절성
- 투여 약물의 종류와 그 투여량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증상 조절을 위해 필요한 약물들이 하나 둘 추가되게 되면 처방과 같이 많은 약물들을 복용하게 되는 고령의 환자분들이 많으신데, 임상적으로도 증상이 호전되는 상황이 아니라 여전히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혹은 추가로 좋지 않은 증상이 동반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당 약물 중 인지기능이나 지남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으면서 현 상황에 크게 도움을 주지 않는 약물에 대해서는 감량 혹은 중단에 대해 상담을 받아보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 해당 약물들이 모두 필요한 것으로 주치의 선생님께서 판단하신다면 그에 따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집고 넘어갈 필요성은 있어 보입니다.
치매 혹은 섬망환자의 약물치료는 정답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 어려운 치료입니다. 환자분과 보호자분, 해당 주치의 선생님과 장기적이고 면밀한 상담을 통해서 현 상황을 극복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