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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정신과 진료를 받아볼까 고민 중인데, 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대 후반의 남자 대학원생입니다.
막막한 상황에 도움이 간절하여, 마치 진료 상황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상세히 적어보겠습니다. 부디 조금의 조언이라도 부탁드립니다. ㅠ
먼저, 저는 10년 가까이 머리가 맑지 않은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나 주관적인 증상이고 제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본 적도 없거니와, 뚜렷한 원인을 찾기도 어렵고 특정 부위에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라 어디 호소하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일단 이 증상은 점진적이지 않고 하루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급작스럽게 생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어떠한 직접적인 위해가 없었는데도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증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일단 통증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마치 자고 일어났을 때 비몽사몽한 느낌과 같이 머릿속이 멍한 상태가 하루종일 지속됩니다.
갑자기 머리 컨디션이 이렇게 되다 보니 기억, 암기력, 연상력 등 인지기능 전반이 많이 떨어짐을 느꼈습니다. 말도 잘하는 편이었는데 문장이나 어휘가 즉각적으로 잘 떠오르지 않아 버벅거리는 현상도 생겼구요. 지금도 공적인 발표 상황 등에서는 걱정부터 앞섭니다.
길을 걷든, 공부를 하든, 심지어 즐거우려고 하는 운동이나 게임을 할 때도 항상 의식이 멍하니까 많이 답답하고 힘이 듭니다.
다행히 타고난 의지력이 좋은 편이라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고 현재 공부가 업인 대학원 생활도 간신히 지속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공부를 해도 거의 들어오지도 않는 컨디션인 머리에 집중하려는 의지 하나만으로 겨우겨우 억지로 채워 넣는 느낌이 듭니다.
남들처럼 머리가 가볍고 맑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니 매사에 자존감, 자신감도 떨어져 있습니다.
암기, 이해 중심의 학업뿐 아니라 평소보다 긴장이 더해지고 빠른 사고와 순간적인 판단, 대처 등이 중요시되는 면접, 발표 상황이 특히 두렵고 예전에 군 생활을 했었을 때도 머리가 멍하다 보니 처음 적응기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정의학과, 대학병원 신경과, 신경과 의원 등을 전전하며 건강검진, 혈액검사, 뇌 MRI, 자율신경, 만성피로, 갑상선 검사 등을 받아 보았으나 이상이 없었습니다. 운동도 좋아하여 꾸준히 해보고 했지만 개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뇌를 제외한 몸의 피로, 몸의 컨디션과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불행중 다행인지, 몸은 매우 건강합니다.)
시각적으로 멍하게 '보이는' 것의 영향력도 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눈과 뇌 인지기능 간의 협응 작용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참.. 증상이 오래되니 갖가지 생각을 다 하게 됩니다.
한때는, 머리의 문제다 보니 잠과 연관이 크지 않을까 해서 수면 패턴도 바꿔보고, 한두달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어보기도 하고 했는데 효과가 없었습니다. 잠은 또 잘 자는 편입니다. 그런데 밤잠을 많이 자거나 낮잠을 오래 자 버리는 날에는 몸이 회복되거나 개운한 게 아니라 멍한 느낌이 오히려 더 심해집니다.
해본 것 중에 유일하게 도움이 된다 느껴졌던 것은 금욕 생활이었습니다. 사정 시 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고 시도해 봤는데 확실히 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선된 정도도 일부였고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항상 스님들처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정신과에 한번 가 볼까 생각중인데 증상이 참.. 사실 어느 과 진료를 받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는 증상이라, 가서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도 막막한 생각이 듭니다.
혹시 제 글을 보시는 선생님이시라면 어떤 처방이나 치료 계획이 떠오르시나요? 예전에 신경과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을 때엔 만약 정신과의 도움을 받는다면 약물, 예컨대 항우울제 등의 복용이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의 고견이 궁금합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주신다면 크게 감사할 것 같습니다.


answer Re : 정신과 진료를 받아볼까 고민 중인데, 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신한상
신한상 전문의 이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하이닥 스코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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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신한상입니다.
네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원치 않는 증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기질적인 검사를 하신 것은 잘 하셨습니다.
증상이 갑자기 오는 경우는 미세한 뇌경색이나 뇌출혈도 의심은 해봐야 하니까요.
그러나 마비나 의식 소실같은 신경학적인 증상이 없으니 뇌혈관 문제는 아닌것 같으며
검사상도 문제가 없다고 나왔으니 다행입니다.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는 부분만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adhd (과잉행동 집중력장애) 의 양상과 유사합니다.
adhd 는 성인 adhd라 하더라도 어릴때도 좀 산만하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합니다.
그 밖에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불안장애입니다. 내용의 양상중에 행위불안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흔히 말하는 항우울제, 혹은 항강박제입니다.), 그리고 adhd 치료제를 통해서 증상 개선이 있을 것으로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의 직접 진료와 기본적인 평가를 통해서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할것 같습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 본 답변은 참고용으로 의학적 판단이나 진료행위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