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 홍인표입니다.
국소질환
콧속에서 흔히 출혈이 일어나는 부위는 양쪽 비강 사이에 존재하는 비중격 앞쪽에 있는 키셀바하부위 (그림 1)라는 곳으로 콧속으로 들어오는 여러 혈관들이 모여서 얼기를 이루는 곳이다. 어린이의 경우 습관적으로 코를 후비면서 이 부위에 상처를 입혀 코피가 반복적으로 날 수 있으며, 직접적인 외상을 입지 않더라도 알레르기비염에 따른 점막 염증에 의해서나, 겨울철에 비강 점막이 건조해 짐에 따라 쉽게 손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화농성 육아종, 혈관종, 혈관섬유종(angiofibroma) 등의 양성 종양이나 드물게는 악성림프종, 편평상피암과 같은 악성 종양에 의해서도 코피가 발생할 수 있다(그림 2. A-C). 특히 혈관섬유종의 경우 주로 콧속 깊숙한 부위인 비인강에 발생하며 10대 남자 청소년에서 한 쪽 코에서만 반복적으로 코피가 발생하는 양상이 특징적이므로,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 반드시 이비인후과에서 혈관섬유종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그 밖에 비중격천공이 있는 경우도 코피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그림 2.D). 비중격천공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길 수 있지만 과거에 코피 치료를 위해 양측 키셀바하부위에 전기소작술을 동시에 시행받은 경우나 비중격만곡증 교정을 위한 비중격성형술을 받은 이후에 발생할 수 있다.
전신적 질환
흔히 코피가 반복되면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기지 않았는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 콧속의 키셀바하부위의 문제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각혈이나 혈뇨 등 다른 출혈성 증상과 동반되는 베게너 육아종증(Wegener’s granulomatosis)도 코피를 일으킬 수 있고, 동맥경화증이 코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동맥경화증이 있는 60세 이상의 고령의 환자(흔히 고혈압을 동반하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에서 코피가 나는 경우 비강의 후방에서 발생하는 대량 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 밖의 드문 질환으로 혈액응고장애나 유전성 출혈성 모세혈관확장증과 같은 유전성 질환도 반복적인 코피를 일으킬 수 있고, 여성의 경우 대상월경(월경이 없거나 그 양이 매우 적을 경우, 자궁 출혈을 대신하여 코, 폐, 위장, 유방 등에서 출혈이 일어나는 것)의 한 증상으로 코피가 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이유없이 코피가 반복되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