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작년까지만 해도 저는 건강에 무심했었고 평소에 건강에 대해 생각을 안 하고 살았어요 그냥 당연한 거였으니까 건강은.
코로나도 그냥 마스크만 끼고 다녔지 일상생활 다 했었고요 마스크도 면마스크 끼고 다녔었습니다.

근데 100일쯤 전에 코로나 확진되고 나서부터 삶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많이 힘들긴 했지만 중증은 아니었어요 재택 치료할 정도였으니까.
근데 호흡곤란이 잠깐 있었거든요. 숨쉬기가 불편하다 이런 느낌을 태어나서 처음 받아봐서
그때 숨을 못쉬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긴 했습니다. 원래 폐소공포증이 약간 있었는데
격리돼서 집에 갇혀있는 것도 많이 고통스러웠고요.

그래도 격리 해제될 때쯤엔 다 나았는데 이주 정도 뒤에 상복부에 불편감, 팽만감이 드는 겁니다.
그것도 처음 겪는 증상이라 심장에 이상이 생긴 건가 폐에 이상이 생긴 건가 하고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내과를 갔는데 긴장을 해서 복부가 많이 굳어있다고 한 게 다고요. 코로나 걸렸었는데
폐나 심장 검사는 안 받아봐도 되겠냐고 하니까 안 받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딱히 이상은 없었고요. 그래도 복부가 낫질 않아서 내시경까지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검사받은 게 혈액 검사 네 번, 소변 검사 세 번, 심전도 두 번, 흉부 엑스레이 두 번, 안구 검사, 복부 ct
복부 초음파, 위대장 내시경 그리고 에이즈, 매독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에이즈, 매독은 그냥 간 김에 혹시 모르는 거니까
받은 거고요 혈액 검사는 복부나 심장이나 이것저것 검사를 많이 한다고 여러 번 받았고 소변 검사랑 심전도
흉부 엑스레이는 두 번 받으려고 받은 건 아닌데 가는 병원마다 하라고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고요.
조만간 폐기능 검사도 한 번 받아 볼 생각입니다. 폐랑 심장 ct도 한 번 받아보고 싶었는데요.
그거는 방사능 때문에 그냥 한 번 받아보자 하고 할 검사는 아닌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검사를 많이 했는데 나머지는 다 정상이고요. 안구건조증이랑 대장 내시경에서 용종이 하나 나와서 제거했고 위내시경에서 위염이랑 역류성식도염이 있다고 했습니다. 근데 심한 건 아니고 스트레스성인 것 같다고 했고요.

그뒤로는 잘 때 말고는 눕지도 않고 야식도 안 먹고 규칙적으로 먹고 매일 운동하고 술담배커피도 다 끊었습니다. 그게 쉬운 게 아닌데 오죽하면 다 끊었고요. 그랬더니 금단현상인지 수면 중에 소변이 마렵고 잇몸에서 피가 나는 등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며칠 전부터는 비문증도 있는 것 같고 조금이라도 무슨 증상만 있으면 검색하고 그런 거 보면 불안하고 하루종일 건강 생각 뿐이고 머리카락 자르다가 면도칼에 베어서 피가 좀 났다고 파상풍 걱정하고 바로 다음 날 병원가서 파상풍 예방 접종 맞고 병원에서 폐렴 구균 예방 접종도 권한다고 바로 맞고 그래도 불안해서 파상풍 계속 검색하고 불안하고 식은땀 나고 하이닥에 파상풍 걸릴 수 있냐고 질문하고 안 걸린다는 대답 듣고 싶어서. 두 달 전에 니코레트 껌 삼킨 거 괜찮냐고 질문하고 예방접종 동시에 두 개 맞아도 괜찮냐고 질문하고 길에서 누가 담배 피우고 있거나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먼지만 날려도 너무 신경쓰이고 피해다니고 소변 봤는데 거품이 많은 걸 보고 무슨 문제가 있나 싶고 무릎 상할까 봐 계단도 잘 안 내려가려고 하고 숨쉬는 걸 의식하기도 하고 운동할 때 말고는 무거운 것도 잘 안 들려고 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기만 해도 심장에 이상이 있나 싶어서 불안하고 한 번씩 심박수를 재보기도 하고 코로나 또 걸릴까 봐 친구 결혼식도 안 가고 엘리베이터도 잘 못타고요 사람 있으면 보내고 기다렸다가 혼자 타고 가기도 하고 맞은 편에 사람 한 명만 걸어와도 불안하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지나가고 그렇습니다.

벌써 몇달 째 이러고 있으니까 너무 힘들고요 언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고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왜 이럴까 건강 염려를 과도하게 하니까 그럼 내가 건강염려증에 걸린 건가 싶고 그렇습니다.
제가 원래 성격이 생각이 많고 하나에 꽂히면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게임일 때도 있었고 피부일 때도 있었고 자동차일 때도 있었고 여행이나 사진일 때도 있었는데 그게 이번에는 건강에 꽂힌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건강염려증에 걸린 걸까요?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