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2014년 5월, 당시 10살이었던 저는 돌계단 반 층 정도에서 크게 굴렀습니다. 당시에 제가 잠깐 기절을 했는지 기억은 없습니다. 어떻게 굴렀는지 아는 단서라곤 정강이 살이 다 갈렸었으니 몸 앞쪽으로 굴렀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구르고 1분 정도 후에 급작스럽게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감각이 실제로 위장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양치하다 혀를 잘못 건드리면 구역질을 하잖아요? 이런식으로 혀를 자꾸 자극하는 듯한 구역감이 생겼습니다. 당시 저는 어렸었기 때문에 감각을 이렇게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고 그냥 속이 안좋다고만 해서 사고 직후 응급실에서 뇌 CT와 복부 CT를 찍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퇴원시켰지만 지속되는 구역감과 이로인한 불면증 때문에 계속 응급실에 갔지만 돌아오는 것은 같은 답변뿐이었습니다. 이후로 저의 부모님과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병원과 심지어 한의원까지 수소문해 다녔습니다. 그러다 여러 치료를 받으며 잠시 나았다가 몸을 무리하게 쓰니 (운동 과하게) 또 재발하여 이전에 나았었던 치료를 받았으나 낫지 않아 다른 병원에 또 다니다를 반복하다 한 대학병원에서 내시경 등등 검사상 이상소견이 별로 없으니 정신적인 문제일수도 있을것같다며 정신과 치료를 권유했습니다. 불면증 때문에 너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면제라도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정신과에 방문했습니다. 당시 저는 지속되는 증상도 버티기 힘들었고, (구역감으로 인해 밥을 잘 못먹어 살이 10kg 가까이 빠졌습니다.) 진단이 되지 않아 평생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생겨 이로 인해 불안장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를 초진하셨던 정신과 선생님은 이를 오랜 투병으로 인해 생긴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반대로 정신적 문제로 인해 증상이 생겼을거라고 하여 정신과 약물 치료와 놀이 치료를 꽤 오래 병했했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실제로 저는 계단 넘어졌을때 트라우마로 남을정도로 놀라지도 않았었습니다. 지금은 기억도 안 나고요. 오히려 지속되는 투병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진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중간에 건강해졌을때 다시 정신과 검사하니 거의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이후 2017에 정신과 치료를 지속하던 중 갑자기 편두통, 손발 저림, 근육 경련(온몸 근육이 심하게 떨림), 미주신경성실신, 전신 무력감, 불면증,흉통, 어지러움, 빈맥등의 증상이 오히려 더 생겨 더 큰 대학병원 신경과에 입원하여 이비인후과, 뇌파, mri, 전정기능 검사 등을 받았으나 mri에서 혈관이 좁아보인다하여 혈관 수축성 편두통으로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했으나 낫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축구에 빠져 운동을 좀 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전신 무력감 빼곤 괜찮았습니다. 그러다 2022년 코로나에 걸린 뒤 모든 증상+ 소화불량이 재발했고 주변 신경과에서 자율신경실조증, 기립성 빈맥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때 mri, mra를 찍었는데 뇌혈관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애매해서 불확실하다고 했었는데 이때 mra결과 확실히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올해 가을까지 2년간 치료받았으나 큰 차도가 없었고, 2022년에 갑상선 항진증 진단을 받았었고, 올해 가을에 갑상선이 심하게 재발하여 자율신경실조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고 빅5 병원에 입원하여 갑상선에 대한 진단을 받았고, 그레이브스병은 아니고 갑상선염이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특이한 케이스라고 들었습니다. 이때 기존의 구역감, 근육떨림, 흉통, 어지러움, 기립성빈맥, 소화불량 등이 갑상선 때문이었을 거란 말을 들었습니다.이후 요오드, 스테로이드 등 치료 후에 갑상선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증상은 좋아지는듯했다가 오히려 다시 더 심하게 생겼습니다. 현재 20살을 앞두고 있지만 중학생때보다 오히려 7kg 정도 몸무게가 낮아졌습니다. 올해 수능도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히스토리였고, 현재 있는 증상을 정리해드리면
구역반사 억지로 일으키는듯한 구역감, 불면증 (2014년 최초)

편두통, 어지러움, 손발저림, 근육경련-경직, 전신무력감, 빈맥, 허리부터 발꿈치까지 뒷쪽 근육들 전체 심한 근육통(2017년 최초)

갑상선기능항진으로 인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들은 급작스러운 불안 (2023)

등이 있습니다. 계단 구르기 이전엔 매우 건강했고 또래 중 운동도 잘하는 편이었으며 감기랑 장염밖에 아파본 게 없었습니다.
똑같은 증상에 대해 어떤 의사는 편두통이라고 하고, 어떤 의사는 불안장애라고 하고, 어떤 의사는 자율신경 문제라고 하고, 어떤 의사는 기립성 빈맥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의사는 모든게 갑상선 때문이었을 거라고 합니다. 저는 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할까요?
병원 쇼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사 등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바꾸거나 치료에 차도가 몇년 이상 없어 옮긴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항상 의사선생님들 진단을 믿고 치료에 성실히 임했는데 증상은 점점 더 늘어나기만 합니다.
중간에 구역감때문에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 의뢰받아 진료받아봤으나 역류성식도염은 아닌것같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역류성식도염 약도 여러 번 먹어봤었는데 혀 누르는듯한 구역감에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대체 저는 무슨 병을 앓고 있는 건가요? 누구라도 속시원하게 답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투병생활도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잠을 적게 자거나 늦게까지 깨어있으면 증상이 악화됩니다. 증상이 심할 때 수면을 취하면 호전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글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