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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도 잘 가르쳐주지 않는 '유방암' 5가지 궁금증

입력 2013.10.25 00:00
  • 이현주·의학전문기자

핑크빛 물결이 거리와 병원 곳곳을 물들이는 10월이다. ‘유방암 인식 향상의 달’인 10월을 맞아 전국에서 각종 행사와 건강강좌 등이 개최되기 때문. 유방암으로부터 여성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방암에 대한 인식 향상이 우선이다. 병원에서도 속 시원히 물어볼 수 없었던 유방암 관련 5가지 궁금증을 국내 최고 유방암 권위자 2인에게 물어봤다.

첫째, 유방촬영이 그렇게 아프다는데… 왜 처음부터 유방암초음파를 권하지 않나?
유방암 검사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방을 아프게 눌러서 찍는 유방 X-선 촬영(일명, 맘모그램)이 있고, 다른 하나는 유방초음파 검사가 있다. 그러나 유방 X-선 촬영에서 의심되는 부분이 있거나 판독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 검사 후에도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왜 처음부터 초음파 검사만 할 것이지, 이중으로 검사하느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차병원 유방외과 박해린 교수는 “아프긴 해도 유방촬영술은 뺄 수가 없다. 특히 조기 유방암의 60~70%를 차지하는 미세 석회질 소견이 유방 X-선 촬영에서만 보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0기 유방암인 상피내암은 주로 미세 석회화 형태로 보이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물론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도 미세 석회화가 보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X-선 촬영에서 더 확실하게 보이고 석회질 범위도 확인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흔한 치밀 유방의 경우에는 유방초음파를 해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유방 X선 촬영 검사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1~2만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패키지로 실시하는 여성암 검진 등에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방초음파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로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학병원에서는 20만원 가량 든다. 전문가들은 유방 X-선 촬영은 30세 이후에 찍도록 권유하고 있으며 초음파 검사는 방사선 노출이 없기 때문에 20대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둘째, 주기적으로 생기는 유방 통증… 혹시 유방암일까?
유방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이 유방 통증이다. 가슴에 통증이 있는 여성 환자들은 유방암을 가장 염려한다. 통증과 함께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면 대부분 지레 유방암이라며 걱정부터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진찰해보면 유방암이 아닐 때가 많다. 박해린 교수는 “가슴 통증은 대체로 생리 주기에 따른 여성 호르몬 변화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폐경 후 여성의 경우는 폐경기 증상이나 호르몬 대체요법에 따른 통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통증이 없는 혹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박해린 교수는 “유방암 환자의 주요 임상증상을 보면 가장 많은 것이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 혹이고, 이어 무증상(건강검진 시 초음파 검사로 발견)으로 조사돼 있다”고 말했다.

보통 유방암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통증이 크지 않고, 꽤 진행된 후에도 한쪽 유방의 크기가 다르거나 피부가 변하는 등 다른 증상들이 먼저 나타난다. 단, 일부 유방암 환자는 주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유방암과 관련된 통증은 좌우 한 쪽에서 지속적으로 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 집에서 가만히 만져보면 멍울이 느껴지는데… 혹시 유방암일까?
유방을 만지거나 특히 움켜잡으면 무언가 만져지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본인의 정상 유선이다. 이와 같은 ‘멍울’들이 그래도 마음에 걸린다면 한 달에 한번 자가 검진을 통해 ▲만져지는 것들이 더 커지거나 단단해지는지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피기만 하면 된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이와 같은 경우도 대부분은 암이 아닌 양성종양일 때가 많으므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5~10%는 암이 일수도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양성종양은 대개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 커지지 않고 성장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타 장기 즉 간, 폐, 뇌, 뼈 등으로 전이하지 않는다. 단, 일부 양성종양의 경우 5~10cm 가량 커지는 것도 있고 통증이 있거나 주변조직을 압박하는 증상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초음파 검사상 악성 가능성이 있으면서,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추적관찰이 용이하지 않을 때, 임신이나 수유를 할 계획이 있을 때, 증상이 있을 때, 혹에 대한 심한 불안감 등이 있는 경우에는 양성종양이더라도 제거하는 것이 낫다.
박해린 교수는 “과거 절개방식으로 수술하던 시절에는 흉터의 걱정으로 중심생검(일부조직만 떼어냄)만 시행하고 관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맘모톰으로 피부 절개 없이도 제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넷째, 가족 중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 유방암에 걸릴까봐 걱정된다.
유방암은 대부분 외부의 환경적인 요인, 선천적인 원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을 경우, 유방암의 발생 위험이 확실히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진정한 의미의 유전성 유방암은 매우 적다.
노동영 교수는 “서양의 경우 전체 유방암의 5~10%가 유전성 유방암으로 보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빈도가 선진국보다는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직 뚜렷하게 연구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유전성 유방암은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그 유전자가 대물림되는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유전자는 BRCA1, BRCA2 같은 유전자가 있다. 유전성 유방암은 3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가 2대(모계)나 3대(부계)에 걸쳐 있고, 그 중 적어도 2명이 직계일 때를 유전성 유방암으로 정의한다. 위와 같은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많은 경우는 담당의사와 상의한 뒤 필요하다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다섯째,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폐경 후에 실시하는 호르몬대체요법 등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말을 들었다. 과연 사실인가?
폐경 후 생길 수 있는 안면홍조, 발한 등과 같은 각종 증상을 완화시켜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대체요법(HRT)에 대해서는 많은 위험 요인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는 것 또한 사실. 호르몬대체요법은 에스트로겐 단독요법 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요법 등이 적용되는데, 에스트로겐 단독요법보다 프로게스테론과 병행되는 복합요법의 경우 유방암과의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임약도 유방암과 관련돼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일반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10~30%정도 위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노동영 교수는 “하지만 피임약을 복용했다 하더라도 10년 정도 시간이 지났다면 위험요소와의 관련성은 미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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