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전문가칼럼

'HPV(인유두종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들

입력 2022.01.20 13:11
  • 박세준·유로진비뇨기과의원(천안점) 전문의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이러스 중 하나인 HPV. 이 바이러스는 단 한 번의 성관계만으로도 50% 이상의 전염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히 전염에만 그치지 않고, 이 바이러스가 신체에 침투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더 큰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후부터는 HPV 감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예방 접종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대중매체의 광고 등으로도 적극적인 접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여성이 접종하는 주사로 많이 알려져 있던 HPV 예방 접종이 남성에게도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면서, 어느 한 쪽만 접종하는 것이 아닌 부부 혹은 연인이 함께 접종해야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부분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HPV 바이러스는 성병을 넘어,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HPV 바이러스는 성병을 넘어,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HPV가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
HPV 바이러스는 우리가 짐작하는 가벼운 성병의 정도를 뛰어넘어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바이러스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 중 대표적인 하나가 바로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이다. 매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여성 암 중 하나로,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쉽지 않고 이를 방치하다 진행된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들도 있을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또한, 평상시에 없던 냄새가 심한 질 분비물, 질 가려움, 통증 등을 유발하기도 하는 잦은 질염 증상 또한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이다.

그럼 남성에게는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남성의 중요부위라고도 일컬어지는 음경에도 암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 음경 조직에 암세포가 자리 잡고 자라나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인데, 초기에는 통증이 거의 없어 이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으나, 점차 결절이나 피부 병변의 증상이 발생하면서 배뇨장애 및 분비물이 나오는 등의 증상들이 발생한다. 추후 치료를 위해 음경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HPV 감염으로 인해 남녀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바로 항문암인데, 이 문제가 생긴 환자의 90%가 HPV 감염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발표되었을 정도로 다른 질환들과 함께 대표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이는 항문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항문에서 출혈이 발생하거나 종양이나 낭종, 통증, 가려움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남녀의 생식기와 항문이 아닌, 구강 쪽에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먼저 인후암은 인두와 후두 쪽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술이나 흡연 등을 통해서도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HPV를 통해서도 발생한다고 알려져 큰 관심을 얻기도 했다. 보통 감기로 알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목감기나 쉰 목소리 등의 증상이 발생하고 종양의 위치에 따라서는 코피, 코막힘, 두통, 신경통 등이 생길 수 있다. 편도암의 경우에도 HPV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목구멍에 이물감이나 통증이 있고, 음식물을 삼키고자 할 때 잘 넘어가지 않는 증상, 가래에서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하고, 목소리가 변하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보통 흡연이나 음주로 인해 많이 발생하는 기관지의 문제라고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바이러스를 통해서도 구강 쪽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HPV 바이러스는 예방이 중요하다HPV 바이러스는 예방이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질환은 하나같이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문제들이다. 단순하게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가벼운 바이러스로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이어나갈 남녀의 잠자리에 불안이 아닌 행복이 가득하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박세준 원장 (비뇨의학과 전문의)

URL이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