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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만큼 중요한 '유산 후 몸조리'...성공적인 다음 임신을 위해 필수

입력 2023.02.07 10:30
  • 정태원·365탄탄한의원 전문의

하이닥 의학기자 정태원 원장ㅣ출처: 하이닥하이닥 의학기자 정태원 원장ㅣ출처: 하이닥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누구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원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신 이후에 아이를 잃는 유산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흔히 첫째 출산 후 둘째 유산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첫째나 둘째에 관계없이 자연유산은 흔하게 발생합니다. 통상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10~20%가 자연유산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자연유산이란 20주 이전, 또는 체중 500g 미만 태아의 사망을 뜻하며, 주로 유산이 많이 되는 시기는 12~14주 이전입니다. 자연유산이나 계류유산 등이 3회 이상 반복되면 ‘습관성 유산’으로 정의하여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기쁨 후에 발생하는 유산은 산모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게 됩니다. 유산은 출산만큼이나 산모의 기혈을 소모하는 일이지만 유산을 겪은 산모들은 대개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제대로 몸조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유산 후에도 출산 후 만큼이나 제대로 된 조리가 필요합니다. 유산 후, 처음에는 증상이 없다가도 나중에 산후풍 증상이나 월경불순, 생리통 등의 문제가 생겨 다음 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파수술이 같이 이루어진 유산의 경우 내막의 상처가 잘 회복되지 않아 착상과 임신유지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유산 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조리를 통해 산모의 건강과 자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태아가 뱃속에서 사망하는 '계류유산'이란?
임신 초기에는 태아가 심장이 뛰지 않은 채로 잔류하는 계류유산이 흔하게 나타나는데요. 계류유산은 임신 확인 후 거의 증상이 없이 숨진 태아가 자궁 안에 그대로 있는 것으로, 6주에서 10주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절반 정도는 염색체 이상이 원인이 되며, 그 외에 산모의 내분비 이상, 흡연, 감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계류유산은 타 중절 수술에 비해 소파수술 자체에 어려움이 많으며, 출혈이나 염증, 자궁 손상 등 수술의 부작용 위험성 또한 높습니다. 또한 소파수술을 통해 중절 수술을 한 후 자궁 내부에 상처가 크게 남으면 후에 임신을 준비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임신 유지에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계류유산을 경험했다면, 또한 이로 인해 소파수술까지 진행한 경우에서 유산 후 조리와 관리가 필수인 이유입니다.

자연유산·계류유산 등 3회 이상 반복되는 ‘습관성 유산’
2회 이상 유산이 되었거나 임신 20주 이전에 3회 이상 반복적으로 유산을 했다면 습관성 유산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보통 자연유산의 확률은 20% 정도이지만, 한 번 유산한 산모가 다시 유산할 확률은 이보다 높습니다. 또한 유산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다음 임신 때의 유산확률이 점점 더 높아집니다. 따라서 유산의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습관성 유산으로 악화되기 전에 다음 임신 준비를 위하여 몸 관리를 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습관성 유산을 ‘활태’라고 하여 예로부터 임신 질환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되었던 질환입니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은 자궁이 차갑거나 기혈이 부족한 경우, 어혈, 습담 등으로 자궁이 건강하지 않아 착상이 잘 되지 않고, 착상이 되었다고 해도 유지가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자궁이 차거나 스트레스로 기운이 울체 되면 어혈이 생기고 습담이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습관성 유산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궁을 따뜻하고 튼튼하게 하며 어혈과 습담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유산 후 한방 몸조리, 한방 치료 프로그램
‘한방 유산 후 조리 치료 프로그램’은 갑작스러운 임신 종결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합니다. 유산 후에는 자연적으로 배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소파술을 시행하여 임신 물질을 제거하게 됩니다. 그로 인한 자궁의 손상을 치유하고 자궁의 크기 및 기능을 임신 전으로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유산 후 한방치료 프로그램은 첫 단계로 어혈과 소파수술로 인한 자궁 내 손상을 치료하여 남아 있을 수 있는 노폐물을 내보낸 뒤, 두 번째 단계에서 산모의 부족한 기혈을 보충하고 손상을 입은 생식기능을 회복∙향상시켜줍니다.

유산 후 한방치료는 산모의 전체적인 몸 상태를 살펴 변증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전신의 회복뿐만 아니라 산후풍, 자궁내막유착, 자궁경부염 등의 후유증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유산 후 한약과 보약은 임신 중 발급받을 수 있는 행복카드를 이용하여 ‘유산 후 몸조리’ 목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행복카드는 지정요양기관 자격을 갖춘 한의원 진료 시 산전관리와 산후 치료, 유산 후 몸조리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정부지원 카드로, 임신 중 한방 치료와 한약 처방에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더하여 유산방지한약은 임산부는 물론 태아에게도 안전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복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약재 중에는 임신 중 사용 가능한 약재와 사용할 수 없는 약재가 구분되어 있으며 유산방지한약 등 임산부에게 쓰이는 약재는 모두 무해∙무독한 약재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습관성 유산을 딛고 성공적인 임신을 위한 준비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산모의 몸이 임신을 받아들이고 유지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유산의 대부분은 임신 초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유산을 방지하는 힘을 길러준다면 건강한 출산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정태원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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