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제 정체감에 대해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왜 이렇게 된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내가 언제부터 이러고있지?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내가 왜 사람인거지? 내가 살아있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가 살아있는게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리고 제가 몸을 바라보면 이것이 어떻게 나인지 모르겠고 어디가 나인지, 내가 왜 인간의 몸에 들어가있는지 모르겠으면서 무서웠어요. 너무 무섭고 불안해서 어쩔줄 모르다가 시간이 한참흐르니 불안감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하던일을 계속했죠. 며칠후에 또 나타나더군요. 그때부터는 하루 24시간 이게 심했어요. 그리고 이것과 동시에 내가 현실에 있는것 같지가않고 꿈속에서 사는 것같았어요. 주위가 다 꿈처럼 느껴져요. 현실감이 없어져서 집에있다가 밖에나가도 밖에 나온것같지가 않고 정신이 멍해요.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도 꿈이랑 별로 차이가 안날정도로 현실감이없고 밖에 걸어다녀도 주위가 다 현실같지가않고 나의 상상?같고 걷고있는몸이 내몸인게 신기하게 느껴져요. 어떻게 보면 갓난아기가된 기분?같기도해요. 이 세상이 익숙하지가 않고 내 자신이 익숙하지가 않아요. 이전의 나(이 증세가 오기전)을 떠올려보면 그게 나인가?하는 생각이 들고 그때랑 지금의나가 완전히 다른느낌이에요. 그때랑은 완전히 다른사람, 다른느낌으로 살아요. 분명히 이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인걸 알고있는데 말이죠. 그러면 난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어요. 뇌인가요? 이제는 이전의 정상일때로 돌아가는것도 무섭네요. 워낙 오래되어서 그 느낌이 익숙하지 않을것같아요.
이것도 무척 저를 괴롭게 하는데 꿈을 자주꾸게 됩니다. 그것도 아주 깊게요. 꿈에서 깨면 꿈속이 너무 생생하고 그게 현실이라고 믿어버릴까봐 두려워요. 그리고 잠시 자도 꿈은 몇일 꾼것같아요. 꿈의 내용도 제가 이 병이 심해져서 미쳐버리는게 나와요. 정말... 저한테는 공포입니다. 진짜 사는게 사는게 아니예요. 현실도 꿈같고 나도 사람같지가 않은데 왜 이렇게 무섭고 괴롭게 살아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정신과는 유명한곳 많이 가봤지만 도움이 안됬고 아무리 자세하게 말해도 제 증세를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언젠가는 사라질거라네요. 전 절대 그렇게 될것같지 않아요. 이때까지 점점 심해졌고 만약에 나을려면 뭔가 적극적인 획기적인 치료법이 필요할것같은데 그런것도 없네요. 제 병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의사선생님이 설명을 못해주는것같아요.
지금은 이게 병이 아닐것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히려 병이라고 생각하면 나같은 사람이 있고 치료방법도 있으니까 안심이 그나마 될텐데 전 완전히 이상해진것같아요. 이런병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제 뇌가 이상해진건지 세상이 이상해진건지 원래 제 머리가 이상한데 이제 발병된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모든게 존재하지 않았는지... 이러다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오지 못하고 내가 사라진다던지 정신이 이상하게 될까봐 너무 두렵습니다. 꼭 공포영화의 결말처럼...
뇌파검사는 했는데 이상없었어요. 전 원래 강박적,완벽적인 성향이 매우 강합니다. 이것이 제 증세들을 더 괴롭게 느끼는데 관여하는것은 맞지만 이 증세의 원인, 근본은 다른곳에 있는것같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일반적인 이인증처럼 내가 내 감정을 내것처럼 느끼지않는다던지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위해 내가 나처럼 안느껴진다던지 그런말을 하시는데요 전혀 그런 느낌이랑 다르거든요. 제 감정도 제것처럼 느껴지고 두개의 내가 생긴다던지 그런거 전혀 없어요. 전 분명히 하나거든요.
의사선생님은 자꾸 여기에 집착하지말고 다른것을 하라고 하는데 그건 진짜 불가능하거든요. 약은 렉사프로 먹고있는데 도움이 안되네요. 남들이 보기엔 제가 멀쩡하게 보인대요. 정말 언제 나을수있을지.. 정말 하루하루가 꿈처럼 흐릿하게 지나갑니다.매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겠네요.이런지 1년됬어요. 제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과장안하고 솔직히 생지옥입니다.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