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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학생 건강염려증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18세 남학생입니다. 더 좋은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자퇴했는데 건강에 대한 염려가 심해 공부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질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자퇴를 하기 전에는 특목고인 국제고의 학교 특성상 몸을 들여다보며 각종 증상들을 구글링하고 제 몸과 매칭하고 있을 만한 시간이 전혀 없었어서인지 건강에 대한 염려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퇴를 하고 나니 주변의 관리가 사라지고 온전히 제 시간이 남아서 자꾸 몸을 들여다보고 검색하고 걱정하고, 걱정하면서 불안해지니 몸에 증상들이 나타나고, 그 나타난 증상들로 또 걱정하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대충 걱정했던 질환들의 이름을 나열해보면 [뇌종양, 위암, 대장암, 췌장암, 신부전, 당뇨, 백혈병, 림프종, 류마티스 관절염] 이런 질환들입니다. 당뇨정도를 제외하곤 하나같이 굉장히 드물고 심각한 질환들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현재는 림프종에 대한 염려가 있고 바로 전에는 백혈병을 걱정했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잘때 땀을 꽤 흘렸는데 림프종 증상과 겹치길래 괜히 의심하게 됐습니다..백혈병은 갑자기 멍이 조금씩 드는거같고 빨간 점이 생기는거같아서 걱정이 시작됐고, 병원을 가서 CBC 혈액검사를 해보니 백혈구 7,500 혈소판 250,000으로 굉장히 건강하고 정상적인 수치가 나와 걱정이 해결됐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쇄골에 뭔가 넓적하게 튀어나온게 있어서 다른 검진도 할 겸 정형외과, 내과, 이비인후과를 갔었는데 다들 만져보시곤 림프종, 전이암같은건 걱정할게 없다고 하셨습니다. 검색도 하지말라고 하셨구요..
흔히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이 병원 쇼핑을 한다고 하는데 저도 아마 이런 경우인 것 같아요.. 이젠 진짜 하도 구글링을 해대서 정보가 이상하게 굳었는지 기침-폐암, 인후통 - 후두암, 복통 - 위암 대장암, 등통증 - 췌장암 이런식으로 걱정해대고 체중도 조금만 줄어도 불안해합니다. 걱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게 몸에 더 안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러네요..
제가 제 자신을 너무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걸까요? 자꾸 무의식중에 몸을 들여다보고 뭔가 특이한게 하나라도 있으면 긁어부스럼 만들며 구글링을 하고 걱정하고 혼자 불안해하는게 너무 답답합니다. 의사선생님들 말씀을 못믿고 혼자 이러고있는것도 너무 짜증나구요... 원래라면 한창 의욕에 불타 공부하고 있었을 시기에 이러니까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억울합니다ㅜ 정신과를 가자니 약을 먹으면 졸리고 끊으면 부작용이 있느니 마느니 하는 각종 말들이 있어서 정신과를 방문하기엔 조금 꺼려지는 부분이 있어서 여기에 먼저 질문드립니다..물론 스스로 뜯어고치거나 약을 먹거나 정도의 방법이 있겠지만 정말 뭔가 끝없는 미궁에 갇힌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라도 질문을 올리지 않고선 답답함이 해결이 안될 것 같습니다.. 높은 목표를 가졌으면서도 이런다는게 너무 한심해보이고 하찮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제 나이대에 이런 위험한 질병들에 노출될 확률이 극히 희박하지 않나요?? 병원에서도 못해도 30 40살까지는 병걱정으로 힘들어할 나이는 아니라고 의사선생님들꼐서 말씀하시는데 저는 왜 그게 안되나 모르겠습니다..그리고 몸 어느 한 곳을 걱정하면 그 부분 감각이 예민해져서 더 걱정되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도와주세요..정말 몸걱정하나없이 편안하게 공부하고싶습니다 ㅜㅜ


answer Re : 학생 건강염려증에 관하여.
변세진
변세진 전문의 류마변세진내과의원 하이닥 스코어: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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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의 감사 인사 | 말씀이 가슴에 잘 녹아들었습니다..오늘부터 꼭 노력해볼게요. 저를 좀 더 믿어야할 듯 싶습

말씀이 가슴에 잘 녹아들었습니다..오늘부터 꼭 노력해볼게요. 저를 좀 더 믿어야할 듯 싶습

안녕하세요.

"빈혈이 있다"고 병원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 검사를 해보면 십중팔구는 빈혈이 없습니다. 그런 경우 [어지러움]을 [빈혈]과 동의어로 생각하시는 것이죠. 그런 분들에게 설명드릴때 저는,

"빈혈이 심하면 아마도 어지럽겠죠. 그 말씀은 맞지만, 어지럽다고 빈혈은 아닙니다. 같은 맥락으로 뇌종양이 있으면 많은 경우에 두통이 있겠지요. 하지만 그 역으로 두통이 있다고 뇌종양은 아닙니다 "

라고 하는데요. 세상엔 몰라도 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악성림프종의 [B 증상symtoms - 발열, 야간 발한, 체중감소] 같은것이 그렇지요. 세상을 살다보면 밤에 열이 나거나 체중이 좀 빠지거나 밤에 땀이 날수도 있는 것 입니다. 그것 하나하나가 엄청 특이적인 증상이라거나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건강염려증 hypochondriasis]라는 것의 심리적인 기원이 무엇인가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과 관련 있다고 보여지는데,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시피 이런 스탠스는 학습되어지거나 한다기보다는 어느정도 선천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상황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실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사실 암이라는것도 노화에 따른 질병이라서 젊은 사람은 잘 안걸린다는 걸 염두에 두면 마음이 좀 홀가분해 질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오히려 너무 건강에 관심이 없는데, 낙천적인 사람보다 비관적인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도 있고 해서 꼭 낙천적인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무슨 일이든 적당한것이 좋겠지요.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본 답변은 참고용으로 의학적 판단이나 진료행위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